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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를 팔아라/전상돈 체육부장(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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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를 팔아라/전상돈 체육부장(광화문)

입력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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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박세리(21)를 팔아야 한다.박세리는 이제 「삼성의 박세리」가 아니다. 「세계의 박세리」다. 삼성의 세리팀은 「세계의 박세리」를 관리할 능력이 없다. 어쩔수 없는 현실이다. 세리팀 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 매니지먼트의 한계다.

최근 열린 뒤 모리에 클래식에서 박세리는 부진했다. 그러자 6주연속 출전의 후유증, 여자선수의 생리적 특수성을 무시한 무리한 스케줄, 광고계약금을 둘러싼 갈등 등 온갖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리팀의 관리능력을 탓하는 것이다. 하여튼 요즘의 박세리를 지켜보노라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 황영조, 차범근 등 잡음속에서 퇴출당한 우리의 영웅들은 왜 떠오르는 것일까.

잡음은 안된다. 삼성과 광고계약금 66억원에 합의했지만 일시불과 분할 지급 문제가 남아있다. 세계적인 골프용품사와의 계약도 어렵다. 박세리의 사업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 매니저와의 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탓이다. 세계적인 티칭 프로인 데이비드 리드베터와 부친 박준철씨 역할도 이상하다. 박준철씨도 분명히 박세리의 스승이다. 하지만 그는 국내정상의 스윙을 만들었을 뿐이지 세계를 정복한 지금의 스윙은 리드베터가 완성한 것이다.

삼성도 잘못됐다. 삼성은 박세리 마케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수 관리는 뒷전같은 인상이다. 박세리가 뜨고 「세리 팀」의 능력이 도마위에 오르자 인원을 보강했다. 하지만 보강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 LPGA의 세계를 잘 알아야 하고 스포츠 심리나 생리학에도 정통한 전문가도 있어야 한다. 거대한 시장인 미국의 골프계도 꿰뚫어 보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박세리를 팔자는 것이다.

한때 그렉 노먼(43·호주)은 세계 톱이었다. 세계적인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인 IMG의 치밀한 관리로 명성과 함께 엄청난 부도 축적했다. 그러자 욕심이 생겼다. IMG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94년 독립회사를 설립,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이후 쇠락했고 과거의 스타가 되고 있다.

외국의 특정회사를 두둔하는 사대주의적인 발상일까. 아니다. 우리에게는 없는 그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이용, 「세계의 박세리」를 더욱 빛나게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전세계 골프계를 휘어잡고 있는 전문가 집단이다. 마케팅 뿐만 아니라 선수의 기량도 책임진다. 노먼은 독립회사에서 장사는 잘했을지 몰라도 자신의 기량을 챙기지 못했고 챙길 능력도 없었던 것이다.

타이거 우즈, 마크 오메라, 아놀드 파머, 야스퍼 파르네빅, 콜린 몽고메리 도 그들이 관리한다. 아니카 소렌스탐, 낸시 로페스, 리셀로테 노이만도 IMG 리스트에 있다. 이들도 그렉 노먼처럼 자신의 팀(회사)을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왜 IMG의 그늘속에 머물고 있는가.

모든 것을 포기하라는 것은 아니다. 관리부분을 아웃소싱하라는 것이다. 대선수를 발굴한 보상은 삼성물산 고유브랜드(아스트라)의 모자와 의류등의 착용으로 가능하다. 뿐만 아니다. 부채비율 400%이며 1억달러규모의 외자유치를 추진중인 삼성물산은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웃소싱 비용을 지불하는게 아니라 넘겨주는 대가로 상당한 외화를 챙길수 있기 때문이다.

박세리도 삼성이 제시한 66억원을 능가하는 거액을 받을수 있다. 그들을 통하면 타이거 우즈가 5년간 4,000만달러를 챙긴 나이키사나 캘러웨이등으로부터 많은 외화를 받아 IMF체제로 외환이 필요한 국내에 도움이 될수 있다. 또한 그들의 치밀한 관리로 세계정상의 기량을 오랜기간 유지할수도 있다.

꿩도 먹고 알도 먹는 길이다.

「세리팀」이 할일은 따로 있다. 66억원으로 제2의 박세리를 발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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