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8월12일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이 발급하는 2종 보통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땄다.국가가 주는 자격증시험에 붙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다. 그 해 4월 주말 내내 자동차학원에 다녔다. 두꺼비집(전기차단기) 퓨즈도 제대로 갈아 끼울 줄 모르는 기계치(機械痴)계열이지만 자동차 운전만은 쉽게 배울 수 있었다. 「기자가 아니라 기사체질」같을 정도였다.
필기와 1차 코스시험은 단번에 붙었다. 그런데 2차시험은 2번이나 떨어졌다.
처음엔 기어를 2단으로 변속하고 40㎞가 넘는 「과속」으로, 다음엔 「슬로 슬로」에 집착한 나머지 시간초과로 떨어졌다. 비교적 안정적인 운전솜씨에도 불구하고 2번이나 떨어진 것은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합격증을 받아 나오는데 주행에서 또 떨어진 한 아주머니가 부러운 듯 말했다. 『나는 필기만 12번 봤어요』 화려한 낙방경험을 입증하듯 수입인지가 덕지덕지 붙은 그의 응시원서는 2장째를 채우고 있었다.
도로주행시험까지 보태진 요즘 운전면허시험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대학을 나온 젊은 사람들이야 「모범답안 반나절만 읽어도 필기시험은 합격」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것부터 고역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중년들이 50문제를 50분에 풀기는 어렵다. 억지로 외웠다가 시험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 싶게 잊어버리기 쉬운 것도 억지 외우기시험의 특징이다. 「왼쪽 사이드 미러를 황색선에 맞추고 두바퀴 반 돌린 뒤…」하는 식의 S자, T자 코스시험을 통과해도 후진주차 하다가 주차장에서 긁힌 차가 부지기수다.
한 달에 한 번 일요일에도 시험을 치른다지만 응시자 편의를 도모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운전면허 따기에는 돈도 시간도 더 많이 들지만 거리에서 운전자의 교통의식이 나아졌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얼굴 예쁜 탤런트야 사진 한 장만 찍어줘도 면허증을 내주지만 보통사람들에게 운전면허 따기는 역시 어려운 「국가고시」의 하나일 뿐이다. 운전면허 시험. 좀 달라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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