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빅딜 너무 늦다” 강공 시작/“재벌 자율 개혁작업 미진” 판단/금융기관 통해 퇴출 유도 가능성정부가 5일 과잉 중복투자된 10대 산업의 전면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것은 사업교환(빅딜)에 대한 강공(强攻)으로 풀이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재벌들의 빅딜이 지지부진하다고 질타한 다음날인 4일 박태영(朴泰榮) 산업자원부장관의 청와대 보고과정에서 이번 방침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당시 『재벌의 주력기업 중심 개편문제는 아직 미진해 노동계만 희생을 전담한다는 불만을 사고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구조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KIET) 등은 앞서 국내 주요산업의 수급동향과 전망을 토대로 과잉 중복투자 업종을 선정, 이들의 구조조정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관계기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업계 학계 연구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공개토론회를 개최해 분위기를 잡으면서 조만간 열리는 정부와 재계의 2차 간담회에서 재벌총수들에게 자발적인 빅딜을 재차 요구하는 양동작전을 편다는 방침이다. 재벌그룹들이 더이상 빅딜에 미적거릴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관심은 정부가 어떤 수단을 쓰느냐다. 산업의 구조조정은 통상 특정업종의 부실한 기업을 정리하는 것을 의미해왔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80년대 산업합리화 때처럼 정부가 나서서 교통정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정부」가 빅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업계의 자율적인 추진을 주문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박장관은 일단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과거 정부주도의 산업합리화와 같은 산업구조조정으로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박장관은 그러나 『국민 대부분은 5대 그룹의 개혁 동참 노력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가시적으로 과잉 중복 투자부문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가 꼽은 10대 구조조정 산업에는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 등 재벌내부에서 빅딜 대상으로 거론된 것들이 대부분 포함됐다. 종자돈을 줘 가며 부실기업을 떠 넘길 수는 없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엄격한 여신관리로 부실기업을 「퇴출」시킬 수 있는 힘은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중복 과잉투자된 업종의 부실기업을 자연스럽게 문닫게 하는 방법으로 해당 업종의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 있는 것이다.
박장관은 과잉 중복투자 해소방법과 관련, 『여러가지가 있으나 기업스스로 선택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들의 자세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다. 곧 이번 10대 산업의 구조조정 방침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 지는 전적으로 재벌들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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