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선릉역에 있는 가죽원단 수출업체인 동이산업 김협(金協) 사장은 5일 여기저기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를 내려놓고 한숨만 쉬었다. 김사장은 최근 홍콩바이어로부터 360만달러어치의 주문을 받고 K은행 테헤란로지점에 원자재수입을 위한 운영자금 대출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은행은 5억원의 담보를 요구했다. 장인과 친구를 통해 확보한 담보는 고작 2억원에 불과, 계약이 취소될 위기에 몰려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문도 두드려 보았지만 신규업체여서 과거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보증을 거절당했다.정부는 7월10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무역금융 원활화 방안을 확정·발표했지만 무역업체들은 허울뿐인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박태영(朴泰榮) 산업자원부 장관은 당시 『수출신용장(L/C)만 은행에 제출하면 무역금융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렇지만 무역업체들은 『일선창구에선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수출보험공사와 신용보증기금 등이 신용장을 보증토록해 은행에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이 관계기관의 비협조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수출지원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에 매달려 수출산업이 붕괴되고 있는 것을 수수방관하고 있고, 은행일선창구는 꿈쩍도 안하고 있는 것이다.
재계는 중소기업에 편중된 무역금융지원 보따리를 대기업에도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심각한 수출감소세를 반전시키기 위해선 전체수출의 50%를 차지하는 대기업도 무역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박장관이 수출애로현장을 찾아 막힌 곳을 뚫는 등 수출드라이브를 진두지휘해 「수출에 미친 장관」이란 별명을 얻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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