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출신으로 보다 글쟁이로 평가해 주길”작가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다. 또 그 이야기를 가장 잘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작가가 된다. 여든이 다 돼가는 노작가 김준성(78)씨에게 그것은 「돈」으로 상징되는 우리 경제 이야기다.
김씨가 4번째 창작집 「욕망의 방」(문이당 발행)을 냈다. 중·단편 6편을 관류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돈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사람살이를 어떻게 옥죄고 있는가 하는 문제의식이다. 손상된 지폐를 폐기하는 화폐정사실을 무대로 인간의 물욕을 그린 표제작, 재벌회장과 정치인·언론인을 등장시켜 IMF시대 경제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흐르는 돈」, 온갖 범죄와 타락이 돈 때문이라고 믿는 화가가 새로운 화폐를 그리는 이야기를 통해 화폐 본연의 의미를 추적한 「돈 그리기」등 자신의 작품들을 김씨는 『돈시리즈로 쓴 것들』이라고 말했다. 『평생경력을 고스란히 소설로 옮겨 놓았다』는 것이다. 그 말처럼 경제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관념성을 벗겨낸 현실감 있는 스토리, 연륜만이 줄 수 있는 교훈적 이야기 등이 소설의 뼈대다.
4개 은행장과 한국은행 총재, 부총리를 역임한 김씨는 올해로 꼭 문단등단 40년이 된다. 책을 낼 때마다 『부총리 출신이 소설을 썼다』는 식으로 화제가 되는 것이 못마땅한 「문인」이다. 이수그룹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83년 공직에서 은퇴한 후 장편과 중·단편소설집 6권을 냈고 반(半)연간지 「21세기문학」을 창간했다. 김씨는 『나는 지금도 매일 밤 8∼10시까지는 하루에 단 석 장이라도 소설을 써야 하는 글쟁이』라며 『작품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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