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선거가 치러진 3일 한나라당이 보여준 모습은 침몰하는 「타이타닉호」를 연상시켰다. 박빙의 접전이 될 것이라던 자체분석과 달리 1차 투표부터 내부 이탈표가 속출하자 당지도부와 소속의원들은 극도의 자중지란에 빠져들었다. 특히 조순(趙淳) 총재를 비롯한 지도부와 하순봉(河舜鳳) 총무 등은 방향타를 완전히 상실한듯 우왕좌왕했으며 소속의원들은 「한나라당 해체」와 「지도부 총사퇴」를 촉구해 시종 흉흉한 분위기였다.한나라당의 대오는 1차투표 직후 급속히 무너졌다. 개표결과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12∼20명선이 이탈했다고 해석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어떻게 그렇게 많이 이탈할 수가…』라는 탄식이 쏟아졌다. 까닭에 2차투표를 앞두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패배원인을 놓고 격론을 벌인 뒤, 『현정권의 회유와 협박공세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 대한 성토와 함께 결속을 재차 다짐했다.
또다시 실패한 2차 투표 직후 열린 의원총회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서훈(徐勳) 의원은 『패배할 경우 당을 해체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 새로운 당을 만들자』면서 『입장이 곤란한 사람은 깨끗이 당을 떠나라』고 「얼굴없는 변절자」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규정(李圭正)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질 경우 당지도부와 총무단은 사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격론 끝에 내려진 결론은 『의원직 사퇴서를 지도부에 제출한 뒤, 결선투표에 참가하자』(하총무)는 것. 그러나 의총 참석자(146명)중 서명하지 않은 사람(3명)의 공개소명을 놓고 또 소란이 벌여졌다. 한나라당은 결국 상임위별로 재차 표단속을 벌인 뒤 세번째 의총을 갖고 결선투표에 임했다.
의장을 여당에 내준후 열린 의총은 더욱 격앙된 분위기였다. 하총무가 서둘러 회의를 끝내자, 여기저기서 『이게 당이냐, 무정부상태지』『당지도부와 총무단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느냐』는 등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한편 김철(金哲)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의 의회정치는 여당의 집요한 야당파괴공작에 의해 파탄이 났다』면서 『의회정치는 조종을 울리기 시작했고, 정당정치의 기본은 완전히 파괴됐다』고 주장했지만 왠지 힘은 찾기 힘들었다.<김성호 기자>김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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