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경선까지 과도체제 혼란 불가피/정계개편 與 흡인력에 ‘전전긍긍’3일 국회의장 경선에서의 충격적 패배로 한나라당이 절체절명의 존립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경선에서 동료의원의 이탈을 목도한 의원들의 상당수가 당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제기하면서 심상치 않은 「분화」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재단과 당3역 등 지도부가 경선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결의함으로써 이런 흐름을 제어할 구심점이 사라진 상태다.
향후 한나라당이 다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지도부 사퇴에 따라 들어설 「과도체제」가 8·31 총재경선까지 당을 이대로 끌고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전도는 그리 밝지 못하다.
한나라당은 4일 의총에서 후속체제를 출범시킬 예정이지만 관련 규정이나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그럭저럭 모양을 갖춘다 해도 이 체제가 당내 실세들이 빠진 힘의 공백을 메우면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계파보스들의 계보 장악력도 아래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하면서 예전같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 운영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정국상황도 한나라당이 선뜻 입장을 정하기 어려울 만큼 까다롭다. 한나라당은 『의장경선 과정에서 여권이 우리당 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며 대여(對與)강공을 호언하고 있지만 실제 강경일변도 노선이 여론에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한나라당이 당장 맞닥뜨릴 국회부의장 선출 및 총리인준 동의안 처리문제만 해도 예상되는 여론의 동향에 비추어 「감정」을 앞세워 마냥 시간을 끌며 거부할 수 만은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고 순순히 여당에 협조할 경우 의원들의 무력감과 당에 대한 심리적 이반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이런 딜레마는 당론결정 과정에서 극심한 시행착오와 내부 갈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결국 총체적 혼란상황은 한나라당이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여권의 흡인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에 대한 소속감과 기대를 상실한 의원들, 특히 수도권출신 의원들의 연쇄 탈당과 여당입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당일각에는 『차라리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끼리 제대로 된 야당을 새로 만들자』는 신당창당론까지 대두되고 있어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일부 세력이 이를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총재경선 향배와 관련, 각 계파의 당권레이스는 한층 격렬한 양상을 띌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의 대안을 자처하는 비당권파의 공세는 의원들의 불만기류를 타고 보다 거세질 수 밖에 없고, 당권파 역시 대응강도를 배가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의장경선 패배가 당의 전면적 혁신을 기치로 내건 강재섭(姜在涉) 의원 등 「토니 블레어」그룹의 입지를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는 견해도 있다. 한나라당의 분화를 촉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악재인 셈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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