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투자전담 창구없고 정보수집 힘들어/과거 투자기업 실패로 부정적 이미지 팽배/한국경제 신뢰도 회복 가능성 미지수국내 한 대형 시중은행은 최근 미국 유수의 투자은행으로부터 수십억달러의 외자를 도입키로 하고 그 선(先)조건으로 정부의 출자를 주장했다. 이 외국투자은행은 이 국내은행에 대한 투자를 위해 지난 5개월동안 자산실사는 물론 여신관리를 위한 자사의 선진금융기법을 전수한다는 조건 등을 내거는 등 진지한 입장으로 일관했다. 합병을 유도했던 정부 역시 이 외국업체의 끈질긴 협상노력을 감안, 정부의 선 출자요구에 긍정적인 검토의사를 밝히는 등 이 외국 투자은행이 준비한 설명회에 직접 참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그간의 입장을 바꿔 이 은행에 대해 또다른 시중은행과의 합병을 강력히 요구했고 마침내 두 은행은 합병을 발표했다. 이 외국투자은행은 이같은 사항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이 국내은행은 당초 합병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외자유치 플랜을 잡았지만 이제는 물건너간 얘기라는 입장만 표시했다. 외국 투자은행은 반년 가까이 국내은행과 쌓아온 신뢰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쓴 맛을 맛볼 수 밖에 없었다.
외국인 투자유치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라는 공감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만큼 외자유치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은 지난해와 비교를 하더라도 커다란 입장변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을 바라보는 외국투자자들의 눈길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 그 이유는 과거부터 누적돼 온 부정적 이미지와 아직도 겹겹으로 둘러싼 장애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인 맥킨지가 최근 국내에 투자를 했거나 투자중인 외국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조사중인 보고서「외국인들의 한국투자에 있어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외국인투자자들의 시각)」의 일부를 소개한다.
부정적 경험속의 유산=외국인들이 투자를 고려할때 가장 먼저 조사하는 사항은 투자기업들이 과거 얼마나 성공했는가 하는 점이다. 외국투자기관들은 한국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는데 있어 70%정도가 다른 외국기업의 경험에 그 비중을 둔다. 제너럴모터스와 대우, AT&T와 LG, 유니레버와 애경의 합작투자사업등 외국기업들에 별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고 이같은 부정적인 경험속의 유산은 아직도 한국투자에 불리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가 80년대 한국에 진출했을 때 한국은 신뢰하기 어려운 합작사들로 가득차 있었다. 결국 우리는 사업을 다 도둑맞고 철수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정부는 자국기업을 보호하는 것 말고는 관심이 없다』
불확실한 경제전망=외자유치의 가장 큰 또다른 장애물은 바로 한국경제의 전망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환율은 국내의 사태추이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가들의 경제불안도 한국에 대한 투자를 과연 언제로 잡는가에 대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정부의 경제개혁에 대한 의지나 능력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국제신뢰도를 조기에 회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로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이를 시행할 만한 세부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내놓는 외자유치방안도 「대폭」이라는 용어만이 난무할뿐 구체적 내용이 모호할 뿐 아니라 상호모순되는 점도 많다고 지적한다. 외국인들의 투자창구를 일원하하겠다는 선언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누가 그일을 맞아할 지는 아직 분명치않다. 불안한 노동계 움직임도 외국인들의 눈에는 미덥지 못한 점이다.
창구접촉의 어려움과 정보의 부재=한국에 투자를 고려중인 외국인투자자들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투자를 전담하는 창구를 찾는점과 기업들에 대한 정보수집에 있다. 이들은 『모그룹의 회장실을 접촉해 봤지만 그들의 대응은 매우 느리기만 하다. 결국 우리는 그들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 기업의 사장과 만나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협의했지만 이들이 책임을 지고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한국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너무 어렵고 정보를 얻었다해도 그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 경영자들이 아직 훈련이덜 돼 있고 외형만을 중시하며 변화에 부정적이며 투자자의 권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은 시장규모가 작고 산업화가 제대로 이뤄져 있지 않은 제3세계 국가며, 경제력이 일부에 집중돼 대부분의 일반인은 구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했다.<장학만 기자>장학만>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