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소재·맥빠진 토론 “공허한 개혁”KBS 개혁의 방향을 가늠해볼 첫 프로그램이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3일간 방송됐다. 「위기의 노사정, 개혁인가 공멸인가?」를 주제로 한 3부작 개혁리포트는 그러나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개혁리포트는 노사정(勞使政)의 현실을 담은 1, 2부와 토론회인 3부로 꾸며졌다. 1, 2부에서는 제작진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그런대로 엿보였다. 노사정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려 애썼고 외국의 사례를 통해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3부 토론회가 열리면서 1, 2부는 토론회를 위한 들러리 프로그램으로 전락해버렸다. 4시간이 넘도록 생방송으로 중계된 토론회는 「말의 성찬」으로 끝나고 말았다. 모두가 자신의 입장만을 이야기했지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은 없었다. 시간이 제한된 생방송 토론회의 예측가능한 결과였다.
노사정 3자의 입장이 첨예해서 제작진이 직접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토론회에 부칠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을 계도하는 언론의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결과적으로 「개혁리포트」라는 이름값을 못한채 평범한 특집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 프로그램은 자기반성 없는 「개혁」이 얼마나 공허한가를 보여줬다. 원래 KBS 개혁프로그램은 「이제는 말한다」였다. KBS를 포함한 언론의 잘못된 과거와 재벌의 폐해 등을 과감하게 다루려 했다. 이 기획은 제작까지 끝냈으나 내용 때문에 갈등을 빚다가 결국 제작팀 해체와 함께 햇빛을 보지못했다.
이 후 탄생한 것이 개혁리포트팀이다. 개혁리포트팀은 그러나 소재선택에서부터 실패했다. 노사정의 갈등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지 개혁의 대상은 아니다. 개혁리포트팀이 역할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소재선택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개혁리포트의 내용이 앞으로 우리 방송의 역할과 책임에 있어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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