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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에게/송영주 주간한국부 차장(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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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들에게/송영주 주간한국부 차장(여기자 칼럼)

입력
1998.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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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1년만에 주어진 휴가기간이었다. 그러나 아무데도 놀러가지 않았다. 돈도 없었고, 솔직히 말하면 어디 먼데로 떠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그냥 집에 머무르며 잠을 많이 잤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잠을 재촉했지만, 사실 편한 잠은 아니었다. 줄기차게 노력해왔으며, 물론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있는 「훌륭한 삶」이나 「성공」이란 삶의 목표들이 실은 얼마나 허무하며, 게다가 실현조차 힘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회의속에 청한 잠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잊고 싶었다. 젊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기운빠짐이었다. 내가 이루어놓은 하찮은 것들을 접고, 새 삶을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알고있다.

그러면서 노숙자들을 떠올렸다. 집이 없어 서울역이나 영등포역에서 신문지를 깔고 덮으며 잠을 청하는 사람들… 그들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마다 행간을 통해 가졌던 느낌은「홈리스」중 많은 이들이 실제론 집이 있으면서 집을 나온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이 가운데 60%이상이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고달픈 삶을 정면으로 맞닥뜨리지 않고, 처자식을 내버린 채, 사는 게 귀찮다싶어 뛰쳐나왔을 노숙자들이 미웠다. 어쩌면 돈 못버는 남편을 한시도 집에서 버틸 수 없도록 심하게 구박, 집밖으로 내몰았을지도 모를 노숙자의 아내들까지 미워했다. 그들을 돕는 자선의 손길마저 실은 반갑지 않았다. 더많은 노숙자들을 낳고, 집있는 노숙자들에게 귀가하고픈 마음을 가시게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였다.

그러나 휴가중 노숙자들을 향한 이런 감정들이 사려깊지 않은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목표가 없는 삶, 더 나아질 것이라 기대할 수 없는 삶, 앞으로 좀체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삶이라 절감했을 때 누군들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노숙자들에게 감히 하고 싶은 말은 집밖에서 도피처를 찾을 순 없다는 것이다. 삶의 환기가 필요했다고 생각하라. 지금 주어진 이 현실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가족을 생각하라. 집이 있다면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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