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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합병,금융 경색‘후유증’/기업들 “5개銀 퇴출보다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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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합병,금융 경색‘후유증’/기업들 “5개銀 퇴출보다 위협적”

입력
1998.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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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주도 경쟁·동일인 여신축소에 중소기업·가계 대출 중단 불가피/장래 불안한 지점장 등 손놓기도상업 한일은행의 합병선언으로 「슈퍼뱅크」를 향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문제는 「슈퍼뱅크이후」의 밑그림이 전혀 없다는 점. 특히 합병때까지, 또 합병이후 상당기간 동안 금융경색, 특히 중소기업들의 돈줄죄기는 한층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상업·한일은행(가칭)」은 5대 재벌중 삼성(한일 주거래)과 LG(상업 주거래)등 2개 재벌을 주거래그룹으로 갖게 된다. 또 여신관리대상 64대 재벌중 롯데 한화 고합 효성 한일 갑을등 24개가 「상업·한일은행」의 관할권내에 놓이게 된다.

여신회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업여신은 결코 1+1=2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상업 한일은행에서 각각 100억원씩의 대출을 쓰던 기업이 합병후 200억원을 대출받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특히 재벌들은 2000년부터 동일계열여신한도가 현행 45%에서 25%로 낮춰지고, 회사채·기업어음(CP)도 여신관리를 받게되는 상황에서 기업금융부문에서 절대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은행이 추가 여신회수에 나설 경우 심각한 자금압박에 봉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재벌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업들로선 5개 은행퇴출조치보다 상업 한일은행의 합병이 더 위협적이다』고 말했다.

○…합병후보다는 당장 지금부터가 문제다. 이달부터 시작될 자산실사과정에서 상당한 돈줄죄기가 예상된다.

50대50의 대등합병원칙이 천명됐지만 합병비율은 자산실사결과가 결정한다. 자산의 질을 높여야 합병후 주도권을 확보할수 있기 때문에 자산실사과정에서 두 은행은 모든 수단을 동원, 부실·연체여신축소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확충에 나설 것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기존여신회수와 신규여신동결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들 은행의 한 간부는 『재벌그룹의 경우 기한내 여신회수가 어렵다. 중견기업의 경우 상당수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대출상환이 동결된다. 결국 대출을 줄일수 있는 곳은 중소기업과 가계 뿐』이라고 말했다.

○…일선점포에선 일손을 놓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합병으로 장래가 가장 불투명해진 직급은 생존확률이 「2대1」인 임원 및 부장, 지점장들. 한 임원은 『나 자신이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출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은행원 생리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배찬병(裴贊柄) 상업은행장은 지난달 31일 전국 부·점장회의를 긴급소집, 『합병에 동요하지 말고 중소기업대출에 차질이 없도록하라』고 지시했지만 먹혀들어갈지는 미지수.

한 금융계인사는 『두 은행의 여신을 합병발표직전 수준으로 동결토록하고 무제한 자금지원을 허용하는등 기업자금 경색방지를 위한 정부차원의 특단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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