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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통령 회동(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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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대통령 회동(社說)

입력
1998.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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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청와대에서 열렸던 전·현직 대통령의 만찬회동은 우리의 만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들 사이에 얽히고 설킨 지울 수 없는 특수관계들과 그 배경이 됐던 격변의 역사가 새삼 떠올랐기 때문이다. 탄압과 저항의 상극관계, 상호부정의 대립관계, 가해와 피해의 원한관계등으로 얼룩진 지난 세월이 한자리에 집약된 만남이었다. 그 자리는 바로 한국 정치사의 살아있는 전시장이기도 했다.청와대측은 이번 회동에 대해 『역대정권은 극복의 대상이자 동시에 화합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바람직하고 적절한 인식이다. 회동에 참석했던 전직대통령들은 모두가 전임자를 「극복」의 대상으로 여겼고, 새 정권은 항상 전정권의 청산과 단죄를 우선 과제로 내세웠으며, 전직대통령을 감옥에 보내기까지 했다. 물론 당시의 시대적 요구가 있었고, 나름대로 역사적 당위성을 갖는 현안들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악순환은 우리 역사의 비극성을 강조한 측면이 강했다.

이번 회동은 자신부터 이런 악순환을 끊겠다는 김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의 정치역정을 뒤돌아 보면 왜 그런 소신을 갖게 됐는지 이해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회동에 대해 흡족했다고 하는데, 그로서는 감회가 컸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동은 청와대측이 기대한 만큼 화합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대화내용과 분위기를 찬찬히 살펴보면 국민적 화합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부족했다. 만찬이 화기애애했다고 하나 김영삼 전대통령과 다른 참석자들 사이의 냉랭한 분위기는 정권사이의 앙금이 모양갖추기로 풀어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었다. 특히 아쉬운 것은 단순한 만찬회동이라고 해도 그 상징성을 고려할 때 전직 대통령들이 자신의 과오에 대해 사과나 유감의 한마디씩은 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은 예외없이 치명적 오점들을 기록했던 사람들이다. 역사의 화해나 지역의 화합이 찬사와 당부의 사교적 덕담들로 이루어 질 리는 만무한 것이다.

우리는 한때 국정을 책임졌던 전직대통령들의 경륜이 우리의 자산이라는 점을 부인할 생각이 없다. 전직대통령의 생활이 칩거로 계속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동의 의미가 작지는 않다. 앞으로 전직대통령들의 국정경험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회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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