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통부,안기부 요청만 신경/비공개 약속 ‘나홀로 준수’박정수(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은 「아브람킨 참사관 재입국 허용검토」란 이면합의 사실을 왜 이틀동안이나 부인했는가.
우리측이 아브람킨 재입국 수용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1차 외무장관회담(26일)이 결렬된 후 김삼훈(金三勳) 외통부 외교정책실장과 카라신 러시아외무차관간의 실무교섭때였다. 이는 물론 서울 안기부와의 조율에 따른 것이었다.
이를 토대로 28일 2차회담이 열렸고 우리측은 수용의사를 밝힌 대신 러측으로부터 「주러 정보외교관 규모의 점진적 원상회복」을 얻어냈다. 그러나 재입국 수용사실이 공개될 경우 당초 아브람킨 참사관 맞추방을 강력히 주장했던 안기부측이 결론적으로 오류를 자인하는 형국이 되는 것을 우려해 비공개로 해줄 것을 박장관에 요청했다.
이에 「비우호적 인물(PNG)」로 규정한 외교관에 대한 재입국 허용이 굴욕외교로 비칠 것을 뻔히 아는 외통부도 이를 받아들여 러측에 비공개해 줄 것을 요청했고 러측도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이는 우리측의 안이한 판단이었다.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은 2차회담후 언론에 이를 즉시 공개한 것이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해외정보국(SVR)으로부터 「아브람킨 문제」를 최종 해결해줄 것을 요청받고 회담에 나온 프리마코프는 이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해 성과를 공개할 수 밖에 없었다.
박장관이 프리마코프의 약속파기에도 불구하고 이틀동안 「나홀로 약속준수」를 고집했던 사연은 복잡하다. 박장관은 먼저 러측이 약속을 파기한 의도를 알지 못해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국내용 정치적 발언이므로 시일이 지나면 슬그머니 파문이 가라앉을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파장은 한국내에서 일파만파로 번져갔고 결국에는 박장관 인책론까지 거론되는 지경이 되자 박장관측은 고심끝에 공개 결론을 내렸다.
박장관 수행측근들은 『안기부측의 대리전을 수행했는데도 책임을 뒤집어 쓰는 최악의 사태는 모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박장관은 안기부와의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공개결심을 했고 30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전말을 털어 놓았다.<하노이=윤승용 기자>하노이=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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