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떳떳이 집에가고 싶어요”/중노위 “부당해고” 판결/포철선 받아들이지 않아/5월부터 아예 노숙투쟁『떳떳한 가장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습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노사정위원회 앞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정리해고 철회」를 외치던 삼미특수강 노조원 140여명은 집회를 마친 후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삼미특수강이 부도나고 포항제철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고된 이들의 복직투쟁은 이날로 594일째. 노동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길고 힘든 싸움이지만 이들이 언제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거지인 창원을 떠나 지난해부터 상경, 노동부 국회 국민회의당사 등 앞에서 끈질긴 투쟁을 벌인 덕에 지난해 12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라는 판결도 받았지만 포항제철은 아직도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한국노총과 노사정위원회도 협상과정에서 삼미특수강 노조원 복직을 합의했지만 아직도 포항제철은 『노·정간 약속이지 노·사·정간 약속은 아니다』며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삼미특수강 노동조합 고용특별위원회 김현준(金顯准·38) 위원장은 『철강노동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시작된 복직투쟁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적 대의를 위해서라도 물러날 수 없다』고 말했다.
5월말부터 서울역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가족들 볼 낯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투쟁이 시작된 후 부인들이 외판원이나 파출부 등으로 나서 직접 생계를 꾸리면서 일부 노조원은 이혼을 당하는 등 말못할 고통을 겪기도 했다. 투쟁 중에 한 노조원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농약을 마시기도 했다. 열살난 딸 수민(秀珉)이가 아빠를 이해해줄지 모르겠다는 김위원장은 『올해 한번도 집에 가지 못했다』며 하늘만 쳐다보았다.<박천호 기자>박천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