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하나의 벤처산업”/새로운 인식의 확산따라 배급사·대기업 등에만 매달리던 시대는 끝났다꼭 배급사나 극장주에게 매달릴 필요가 없다. 대기업 눈치보고 잔소리 들으며 만들지 않아도 된다. 찾아보니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영화제작비 이야기이다.
우선 투자회사들의 참여가 부쩍 많아졌다. 무엇보다 영화를 벤처산업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큰 도움이 됐다. IMF사태가 가져다 준 뜻밖의 선물이기도 하다. 정부까지 직접 참가한다. 이 기회에 해외로 눈을 돌리는 용기도 생겼다.
8월1일 개봉하는 강우석 감독의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우리사주」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감독이 대표이기도 한 제작사 시네마 서비스의 직원들이 2억원을 투자했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원금은 보장하고, 이익이 남으면 비율에 따라 분배해 준다. 김미희 이사는 『마음부터 다르다. 식구들이 모두 자기 작품처럼 애착을 가지고 일했다』고 말한다. 주연배우 4명(안성기 문성근 황신혜 심혜진)도 무료로 출연하고, 흥행에 따라 개런티를 받는 투자형식을 취했다.
「세븐틴」은 처음으로 217명의 일반인을 참여시켜 제작비의 일부인 2억7,000만원을 마련했다. 소위 「국민주방식」이었다. 태흥영화사는 한국영화의 관심을 높인다는 뜻에서 이 방법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마무리작업이 한창인 장진 감독의 「기막힌 사내들」(현진영화사)은 개인투자가 1명이 제작비의 절반 가까이(4억원)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투자회사로는 가장 먼저 영화에 눈을 돌린 일신창투가 활발하다. 8월15일 개봉하는 「퇴마록」과 제작중인 「키스할까요」「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 투자를 했다. 「퇴마록」은 국민투자기술금융에서도 일부를 지원했다. 삼부파이낸스 엔터테인먼트는 「엑스트라」(8월8일 개봉)로 영화사업을 시작했다. 두번째 작품은 양윤호 감독의 「짱」을 선택했다. 「닥터K」「반칙」은 한국산업기술금융이 작품당 6억원씩 투자할 계획.
정보통신부 산하 멀티미디어콘텐츠진흥센터도 나섰다. 이미 사전 해외판매로 272만달러의 수익을 확보해 놓은 심형래의 SF물 「용가리」에 3억원 상당의 기술을 지원한다. 수출입보증기금도 2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용가리」는 나머지 제작비(80억원)를 마련하기 위해 22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원으로 공개 투자설명회를 가졌다. 현재 10여개 국내외 투자사와 협상중이다.
이같은 변화 덕분에 영화제작의 투명성이 높아졌다. 과거처럼 제작비의 낭비와 유용으로 인한 불신도 줄어들고 있다. 제작자와 개인적 친분으로「기막힌 사내들」에 투자했다는 정모(S건설 사장)씨는 『단순히 도와주자는 것이 아니다. 좋아하는 영화에 투자하는 것이다. 제작과정과 수익분배가 투명하다면 약간 손해를 보더라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영화계가 보다 합리적이고 공개적인 제작형태를 갖춘다면 영화를 찾아올 돈은 아직 많다는 얘기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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