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人情사회/“이정도일줄 몰랐다” 충격/주부서 음식점 주인까지 “온정 나누겠다” 한목소리/“정부는 뭐하나” 분노도IMF의 어려움 속에서도 사랑은 전혀 마르지 않았다. 즐거워야 할 방학이 배고픔 때문에 오히려 고통스러운 결식학생의 실상이 보도(본보 29일자 23면)되면서 이들을 돕기위한 정성이 전국에서 쏟아지고 있다.
29일 아침부터 한국일보 편집국에는 결식학생을 돕겠다는 전화와 성금 기탁자들이 쇄도했다. 방학중 굶는 아이를 아예 집에 데려다 보살피겠다는 회사원, 이들에게 쌀과 반찬을 지원하겠다는 주부, 아픈 아이들 외에도 불행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울먹이는 간호사, 가능한 많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싶다는 음식점 주인 등….
이들은 한결같이 『학교에 도시락을 못싸갖고 다니는 학생이 있으리라는 짐작은 했으나 방학 중 굶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지는 몰랐다』고 충격을 표시하며 『도대체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는 것보다 더 급한 나라일이 어디 있겠느냐』고 정부당국의 안이한 자세를 성토했다.
경기 안산시의 이건희(35·자영업)씨는 『5세 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주변에 밥굶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방학동안 결식학생 한두명과 함께 지내면서 따뜻한 사랑을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의 40대주부라고만 밝힌 독자는 『매년 방학때마다 5명 정도는 우리 집에서 먹이고 재울 수 있다』며 결식학생과의 연결을 부탁했다.
동아제약(회장 강신호·姜信浩) 총무팀직원들은 이날 출근직후 모임을 갖고 결식학생을 위한 성금을 모았다. 이 회사 곽무지(郭武持) 상무는 『기사에 소개된 실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충격을 받았다』며 『자발적으로 모금에 나선 직원들을 격려키 위해 회사에서도 필요한 의약품을 아낌없이 지원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행장 김승유·金勝猷)도 『부스러기선교회 등 구호단체와 함께 결식학생 실태를 조사한 뒤 급식지원 등의 활동을 펼쳐나가겠다』고 전해왔으며, 보훈처산하 한국보훈복지공단(사장 최태호·崔泰浩)도 각 지역사업단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파악을 지시했다.
서울 원목초등학교(교장 김광정·金光正)는 중랑구 묵1동사무소와 함께 교내 결식학생 11명을 위한 방학중 특별급식을 시작했고, 서울 시내 각 구청과 사회복지관 등도 결식학생을 돕기위한 구체적인 방안마련에 나섰다.
경기 안산의 결식학생 무료급식소 「신나는 집」의 강명순(姜命順) 원장은 『오늘 새벽부터 밀려오는 지원약속과 격려전화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며 『메말라보이는 우리사회 어디에 이같은 사랑이 숨어있었는지 놀랍다』고 감격해했다.
한편 서울 강동·송파구 등지에서 조직적으로 방학중 결식학생돕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음식점업주들은 더 많은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정부당국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해서는 불만을 터뜨렸다. 강남 모백화점에서 중국음식점을 경영하는 최모(42)씨는 『곳곳에서 음식이 남아 버려지고 있는데 어떻게 배고파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학생들을 방치해둘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이상연 기자>이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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