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계열사 지원제동 ‘개혁 기폭제’/도움받은 35개업체 퇴출여부 주목/후순위債·무보증 CB매입 등 ‘관행’ 쐐기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 조사결과가 29일 발표됨에 따라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등이 이미 이번자료를 「퇴출」판정에 참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에 부당내부거래로 적발된 회사중 일부는 기아 공개입찰 등 현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주력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된 35개 업체가 퇴출대상으로 선정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공정위가 재벌들이 관행처럼 여기던 「부실계열사 살리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재벌개혁에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우량 계열사의 지원없이는 버티기 힘든 한계 기업들의 경우 퇴출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공정위에 적발된 것은 비교적 단순한 방식으로 재벌들이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죄의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계열 금융사들이 자금중개 창구로 이용된데다, 적자기업이 계열사 지원에 동원됐고, 독립경영을 하는 「친족」그룹에 대한 지원도 적발됐다. 공정위는 5대그룹이 금융계열사를 통해 교차지원한 혐의를 잡고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져 은행의 소유지분제한 완화방침과 관련, 주목된다. 부당내부거래의 주요유형을 정리한다.
■무보증 전환사채 매입
현대 계열의 18개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대한알루미늄이 발행한 무보증 사모전환사채 2,1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대한알루미늄의 당좌대출 금리가 18∼34%에 달했지만 사모사채 발행금리는 11∼18%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현대 계열외에는 인수업체가 없고, 원금상환이 불확실한 유가증권을 고가에 사준 점을 들어 현대의 부당지원행위로 판정했다.
■후순위채권 사주기
(주)대우 등 4개사는 대우증권의 무보증 후순위 채권 2,000억원 어치를, LG반도체 등 14개사는 LG증권의 후순위채 2,000억원 어치를 각각 인수했다. 후순위 채권이란 발행회사가 파산하면 다른 채권자의 채권을 모두 갚은 후에야 지급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으로 위험부담이 크다. 당연히 이자율이 높아야 하는데 이들 계열사들은 낮은 금리로 매입했다.
■특정금전신탁 이용
특정금전신탁이란 예금자가 금융기관에 돈을 맡기면서 어디에 투자해 달라고 투자처를 지정하는 제도. 삼성생명은 조흥은행을 비롯한 8개 은행 특정금전신탁 계정에 2,335억원을 예치하고, 이들 은행은 삼성자동차 한솔제지 등이 발행한 CP를 같은 신용등급의 CP보다 낮은 금리로 매입했다.
■유상증자 참여 등
SK건설 등 6개사는 거래관계가 없었던 SK증권의 유상증자에 참여, 부당지원한 것으로 간주됐다. LG반도체는 지난해 4월부터 LG종금에 이회사 기준수신금리보다 2∼22%포인트나 낮은 금리도 4,642억원을 예치했다. SK(주)를 비롯한 8개사는 SK증권에 고객예탁금 명목으로 3,875억원을 예치했으나 주식투자는 전혀 하지 않았다. 당시 시중 금리는 연 24∼37%대 였지만 고객예탁금 이율은 5%에 불과했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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