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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건국’ 서둘러라/鄭宗燮 건국대 교수·변호사(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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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건국’ 서둘러라/鄭宗燮 건국대 교수·변호사(한국논단)

입력
1998.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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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자」면서 스티커 붙이고, 태극기 들고 뛰며 이 난국을 극복하자는 데는 너와 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스티커 붙이고 태극기 달면서도 왜 우리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되었는가는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나라 일을 한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다면 엄중 문책해야 하고, 우리들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면 그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지난 날을 돌이켜보건대, 땅투기 열풍에 전 국토는 투기장이 되었고, 불로소득으로 벼락부자가 된 자들이 권세를 휘둘렀다. 노동은 천한 것으로 밀려났고, 천민자본주의의 행진은 삶을 천박하고 상스럽게 만들었다. 정치인과 기업인은 국고와 금융기관을 자기들 사금고쯤으로 알고 큰 돈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힘있는 이들의 자식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군대에서 빠졌고, 기업 장부로부터 국가 통계까지 거짓과 꾸밈이 일상화되었다. 부패는 사회 전분야에 만연하여 「부패공화국」이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행정부는 권력자의 자의(恣意)대로 움직였고, 국회는 날치기 입법을 해댔다. 공정성을 잃은 재판은 「유전무죄,무전유죄」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뜻있는 이들이 나라가 내려앉는다며 대책을 마련하자고 했어도 모두 귀를 막고 자기 이익 챙기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결국 이 지경에 빠졌다. 추운 겨울밤 잠 자지 않고 지킨 나라, 열사의 땅에서 피땀흘려 돈 벌어 이룬 나라가 이제는 외국자본의 손으로 넘어가고, 국민은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태에 처했어도 정치권은 개혁은 커녕 제 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고, 나라 일은 내팽개친채 정파 이익과 당리당략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이런 지경에서 우리의 유일한 선택은 「혁명에 준하는 개혁」과 「지속적인 개혁」으로 국가와 사회에 만연한 모순을 제거하고, 나라를 다시 세우는 「제2의 건국」을 하는 일이다. 「혁명에 준하는 개혁」은 개혁의 수준이며,「지속적인 개혁」은 개혁의 방법이다. 「제2의 건국」은 개혁의 기본성격이다. 이 셋은 지난 김영삼 정권의 출범때도 기치로 내걸었으나 반개혁세력의 집요한 저항과 집권세력의 한계로 중도에 무산되어 버렸다. 결국 심화된 모순속에 김대중 정부는 다시 이런 국가적 과제와 직면하게 되었다. 김대중 정부는 바로 이런 국가존망의 위기에 출범한 정부이기에 개혁정부이지 않을 수 없다. 「제2의 건국」도 여전히 이 정부가 수행해야 할 큰 과제이다. 이 점에서 현 정부가 「제2의 건국」을 가장 큰 기획으로 잡고 있는 것은 타당하다.

「제2의 건국」은 말로 하면 쉽다. 반민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요소를 척결하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퇴치하여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고, 자유 평등 복지등 국민의 기본권이 실현되는 정의사회를 구현하고, 국가 및 사회 각 영역마다 21세기에 걸맞는 인프라를 구축하자고 하면 된다. 그러나 이런 일이 말로 될리는 없다. 이런 모든 것은 각 부문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고, 새 시스템을 제대로 운용할 사람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제2의 건국」에는 새로운 리더십과 전망을 가진 새로운 주도세력이 필요하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제2의 건국」을 가로 막는 폐습과 낡은 인물들을 청산하고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세력」이 등장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일이다. 강도높은 사정과 인물의 교체가 필요하다. 「제2의 건국」에서는 개혁세력이 당파를 초월하여 모두 결집해야 하고, 지난날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건전한 중산층들이 그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민주세력 대연합」도 당연히 이루어내야 한다. 정부와 여당부터 지역주의 판을 깨고 과감히 이 일에 뛰어들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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