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자잘한 일상 따뜻한 눈으로 묘사지난해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소설가 고 김소진(金昭晉)이 쓴 소품 소설집 「달팽이 사랑」(솔 발행)이 출간됐다.
「달팽이 사랑」은 그의 유고소설집으로 묶인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와 유작산문집 「아버지의 미소」에 수록되지 않은, 96년5월부터 세상을 뜨기 직전까지 쓴 짧은 소설 34편을 모은 것이다. 이로써 김소진이 남긴 모든 작품들의 정리가 사실상 끝난 셈이다. 문학이 작가의 내면고백으로 변질되거나,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대중문화상품으로 추락했던 90년대 한국문학의 분위기에서 김소진은 단단한 문장으로 서민의 애환 어린 삶을 고집스럽게 그려냈던 작가였다. 문학평론가 임우기씨의 말을 빌리면 그는 『서민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는 구차한 지식인의 생활을 자기 문학의 삶으로 여겼던 서민작가, 서민지식인』이었다.
이번 소설집에 묶인 글들도 감원의 불안에 시달리는 월급쟁이, 신도시 아파트에서 주차문제로 시비에 휘말리는 서른다섯살 노총각, 결혼 3년이 지나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 이야기 등 바로 우리와 작가의 가까운 이웃들에 관한 자잘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이다. 원고지 10∼20장 안팎의 짧은 이야기들이기에 작가의 경쾌하고도 꼼꼼한 어조가 더욱 돋보인다. 작가 자신이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서 겪었던 작은 일상에 대해 따뜻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돌아보고 쓴 이 글들은 서민작가로서의 그의 소설적 지향이 어디였는지를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다. 한편 EBS TV는 29일 오후 9시45분 「문학기행」 시간에 김소진의 문학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고인의 친우였던 문학평론가 정홍수, 소설가 한창훈씨 등이 생전 김씨의 생활과 작품세계 등을 회고한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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