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러 외교관 대폭감소 대북정보수집 타격 예상한국과 러시아는 28일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외무장관회담을 통해 「스파이 스캔들」의 종결에 합의, 20여일을 끌어오던 외교분쟁을 수습했다. 그러나 우리측은 추방된 올레그 아브람킨 참사관의 재입국을 비공개 원칙아래 합의해줌으로써 러시아측의 강공에 두 손을 든 모양이 됐다.
한국은 이번 외교전에서 러시아측보다 5명이나 더 많은 정보 외교관이 추방됐을 뿐아니라 『양국 정보협력협정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합의함으로써 러시아 주재 정보 외교관들이 그동안 협정을 위반해 왔음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 됐다. 게다가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장관이 비공개원칙을 어기고 회담 직후 언론에 「아브람킨 참사관의 한국 재입국 합의」사실을 공개함으로써 국제적인 망신까지 당하고 말았다. 한국은 또한 주러 정보외교관의 수가 대폭 감소되고 활동마저 제약당하게 돼 북한 정보 수집활동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러시아로부터 외교적 패배를 당한 것은 우리 정부가 대(對)러시아 관계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온 데다 이번 분쟁 처리 과정에서 외교통상부와 안기부간에 의견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우리 정부는 90년 수교이후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이 하락하자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러시아를 홀대해 왔다. 특히 한반도 4자회담과 관련해 러시아측이 소외되자 러측은 섭섭한 감정을 내비치며 보복을 별러왔는데도 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록 이번 마닐라 회담을 계기로 마찰이 봉합되긴 했지만 러측이 한국에 대해 상당한 감정을 품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점을 감안, 대러 외교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과 특수관계에 있는 러시아나 중국 등과의 교섭에서 외교통상부와 안기부의 역할 설정문제도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마닐라=윤승용 기자>마닐라=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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