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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산’을 만들자/沈圭輔 농협대학장(한국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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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동산’을 만들자/沈圭輔 농협대학장(한국시론)

입력
1998.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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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절망 엄습하는 이때 꽃을 가꾸는 마음 있다면 꿈과 용기 생기지 않을런지”최근에 스스로를 「황태자」(황당하게 당한 퇴직자)라 말하는 젊은 후배 한 명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어려운 형편에서도 하루 300원씩을 적립하여 가정평화 유지기금(?)으로 활용하는데, 그 기금으로 그의 집 식탁과 TV옆에는 항상 싱싱한 꽃이 꽂힌다고 했다. 그 꽃으로 그는 잃었던 가족간의 사랑과 위안, 그리고 소망을 되찾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꽃이 늘면 늘수록 이 세상의 절망과 슬픔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꽃동산론」을 설파하였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은 우리 생활과는 뗄래야 뗄 수없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존경과 축하, 감사와 사랑, 그리고 위로와 애도까지도 우리는 꽃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처럼 꽃은 항상 우리 삶 가까이에서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함께 기쁨을 확대재생산하는 묘약이 되곤 한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의 꽃 소비는 급격히 줄고 있다. 꽃을 가꾸려는 마음, 꽃을 주려는 마음, 그리고 꽃을 받으려는 마음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에게 위안과 용기가 절망과 좌절로 대체되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의 한 단면이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 IMF사태로 실업자 수가 150만명에 달하고 실업률이 무려 7%대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각 경제부문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올 하반기부터는 소위 대량퇴출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고,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우리 실정에 비춰 보건대 개인과 가정이 받을 충격은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훗날 언젠가는 잃었던 일자리를 되찾고, 그간 갚지 못했던 빚을 갚고, 헐값에 처분했던 집도 다시 장만할 때가 올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영영 되찾지 못할 것이 있을 수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와 사랑」이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시급한 일중 하나는 이 신뢰와 사랑의 끈을 이어가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우리 주변을 「꽃동산」으로 만들 것을 제의한다. 얼마 전부터 우리 대학 교직원들은 캠퍼스 구석 자투리땅과 길가에 꽃을 심고 있다. 각자 그들의 마음과 가슴속에도 소담스러운 꽃 한 포기씩을 심자고 뜻을 모았다.

길 주변에 봉숭아, 들국화가 피고 마음속에는 철쭉과 백합이 만발할 때, 질시와 반목 좌절과 슬픔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주는 기쁨, 나누는 기쁨을 아는 사람들이 이 세상을 채워나갈 때 우리는 어떤 시련이라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좋다.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 장미 한 단을 사들고 현관문을 들어서보라. 세상이 장미보다도, 프리지아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향기로울 것이다.

요즘들어 꽃소비는 예년에 비해 급격히 줄고있는 반면, 생산비는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한다. 화훼재배농가는 영농자재비 상승, 부채상환 부담, 운영자금 부족등으로 시름이 이만저만 아니며, 도산과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더군다나 장미의 경우 올해부터 독일 종묘회사인 크레도스사가 묘목 한 그루당 1달러씩의 로열티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도 화훼농가는 꽃을 많이 팔고 수출을 늘려야 하는 형편이다.

이러한 때일수록 꽃의 소중함을 알고 널리 애용하는 일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살길이 막막해진 이들 농가에게도 큰 격려가 되고 힘이 될 것이다.

꽃을 가꾸고 주고 받는 마음은 서로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일로서 어렵고 힘든 현실을 미래의 희망으로 승화시키는 촉매제와도 같다. 우리가 이 소중한 뜻을 실천해 나갈 때, 당면한 기나긴 방랑과 표류의 끝도 결코 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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