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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북한산 피서/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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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북한산 피서/박래부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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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임기를 마친 토머스 해리스 전 주한영국대사는 한국을 떠나면서 북한산 주말 등산을 더 이상 못하게 된 것을 못내 아쉬워했다. 그는 『한국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세계의 어느 대도시에 차를 타고 15분 정도만 가면 그렇게 아름다운 산이 있겠는가. 런던에서는 등산을 하려면 200㎞ 이상 달려야 겨우 산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산자수명한 백운대와 인수봉, 도봉산 등을 안고 있는 북한산국립공원은 지친 서울시민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는 축복의 공간이다. 북한산은 사철 등산객이 끊이지 않고, 특히 여름에는 자녀들과 함께 더위를 피하러 온 서민들이 그 깊고 시원한 계곡을 가득 채운다. 그런데 서민의 가장 간편한 여름철 피서지 역할을 했던 북한산 800여m 구기계곡이 올해는 「계곡휴식년제」라는 이유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지난 주말의 구기계곡은 공원매표소 앞에서 들어가고 싶어 안달하는 아이들과 출입통제에 항의하는 시민 등이 북새통을 이뤘고, 매표소에 이르기 전의 짧은 계곡은 온 김에 물에 발이라도 담그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공원측은 취사야영을 방지하여 공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적어도 이 계곡에서는 취사나 야영이 자제된 지 오래다. 시민들은 가지고 간 김밥이나 간식등을 먹으며 아이들 물놀이를 지켜보다가 돌아오는, 지극히 서민적인 풍경과 환경보호 의식이 정착돼 있다.

■경제난 속의 올해는 휴가철이 왔어도 많은 가정들이 휴가 계획을 못 세우거나 갈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설령 오염이 있다 하더라도 어린 아이들 몸에서 여름 한 철, 그것도 하루 몇시간 동안 고작 땀이 씻겨져 내려가는 정도를 단속하는 것은 명분 치고는 참으로 옹색하다. 환경보호는 물론 중요하지만 사안에는 경중이 있게 마련이다. 구기계곡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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