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신설때 사군자 반드시 포함시켜야”/미술협회선 서예계 반발 고려/“1∼2년 더 시간갖고 추진하자”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의 문인화 분리문제로 서예계와 동양화단의 힘겨루기가 재연될 전망이다. 문인화는 선전(鮮展)과 국전(國展), 미술대전을 거치는 동안 수차례 통합과 분리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반목의 요인이 돼왔다.
민이식 미술협회 문인화분과위원장은 25일부터 이틀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새마을중앙연수원에서 문인화가 5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한국 문인화의 진로모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 사군자등 문인화를 서예대전에서 분리해 독자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자 최병식(경희대 교수)씨도 『문자를 중심으로 하는 서예가 조형적 필획의 형상성을 구사하는 회화적 개념의 문인화를 포괄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지적, 『한국미술의 전통성을 가장 깊이있게 간직한 장르중 하나인 문인화 발전을 위해서는 하루 빨리 서예에서 독립, 세계적 보편언어로서의 발전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조로운 소재의 탈피와 동·서양화, 판화, 조각, 디자인 등과의 유기적 장르 혼용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문인화가들이 이처럼 독자적으로 대규모 세미나를 마련하고 「세(勢) 과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석원 미술협회 이사장도 25일 『최근 이사회에서 미술대전 문인화부문 신설안이 통과돼 가을이나 연말 임시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예대전에서의 사군자 분리」는 서예계와 동양화단의 갈등의 불씨가 될 조짐이다. 박이사장은 『늦어도 내년 3, 4월에 문인화대전을 치를 예정이지만 사군자 분리는 1,2 년쯤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할 문제』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서예계의 반발을 우려한 때문이다.
하지만 문인화단에서는 『문인화의 기본인 사군자를 두고 문인화부문만 신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어 의견 조율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여초 김응현씨도 『끼리끼리 모여 문인화나 사군자 발전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정작 학교 교육과정에서 소외된 사군자와 문인화교육의 부활 없이 미술대전에서 사군자 분리만 주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동양화의 기본인 사군자는 서예학과에만 전공과목으로 지정돼 있을 뿐 서울대 홍익대의 동양화과에서는 전공과정에 개설돼 있지 않다. 송수남 홍익대 동양화과 교수는 『사군자는 동양화의 기본이지만 가르칠 교수도, 배우려는 학생도 별로 없어 점차 장르가 사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인화 발전을 위해서는 미술대전에서의 파워 게임 대신 학교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실정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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