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의 정·재계 고위정책간담회는 김대중대통령과 전경련회장단간의 「7·4회동」에서 김대통령이 전격 제의했던 양측 대화채널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빅딜을 포함한 대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이견과 정리해고를 싸고 최근 야기되고 있는 혼선이 이대로 방치되어서는 시급한 경제의 구조조정은 물론 IMF국난(國難) 극복도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였다. 특히 정부로선 구조조정이란 고통스런 작업을 여전히 가시화시키지 못하고 있는 5대 재벌그룹을 그대로 둔채 근로자에게 먼저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던게 사실이다.이날 간담회에서는 과잉 중복투자업종과 적자기업을 대상으로 재계 자율로 사업교환등 이른바 빅딜을 적극 추진하고 부채비율축소, 상호지보해소등 재무구조개선도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 노동계의 저항에 직면하고 있는 정리해고문제에 대해서는 합법적인 고용조정은 존중하되 고용안정과 산업평화를 위해 임금삭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서라도 가급적 해고를 자제키로 합의했다.
구체적 실천방안이 여전히 불투명한 점은 아쉽다. 대기업간의 사업교환을 어떻게 구체화시켜 나갈 것인지, 해고자제란 애매한 입장 표명으로 정리해고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을 과연 어떻게 무마시켜 나갈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단지 기존 구조조정의 당위성과 원칙론을 다시 한번 다짐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조개혁의 핵심 당사자인 재계를 적극적인 동참자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개혁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하고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정부와 재계간에 서로의 고충과 입장을 이해하고 문제를 같이 풀어가려는 노력 역시 절대로 필요하다. 노정간의 「밀실타협」이 말썽을 낳고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빅딜이건 사업매각이건 기업의 구조조정은 기업이 알아서 할 일이다. 정부가 콩놔라 팥놔라 해서, 또 마구잡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몰아붙인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생존력없는 기업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환경을 충실히 갖춰주고 엄정하게 집행하면 기업이 알아서 제살길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게 되어있다.
정리해고만 해도 기업이 망해 공멸하기보다 일부 근로자를 희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월급을 깎더라도 다같이 사는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는 그 기업의 형편과 노사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뻔한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더 지연시킬 수 없는 구조개혁의 가속화를 위해 이제 남은 것은 과감한 실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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