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소중치 않은게 있으랴/80년대 중반 건강 악화… 제주로/實景으론 다 담을수 없는 마음/과감한 생략 아크릴 한국화 선봬마티에르가 살아 있는 아크릴한국화 「생활 속의 중도(中道)」시리즈로 유명한 이왈종(李曰鍾·53)씨. 그는 80년대 중반까지 실경산수화가로 인기가 높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 근처의 북한산자락을 실경산수로 옮긴 그림은 당시 한국화붐을 타고 그를 인기작가 반열에 올려 놓았다.
그러나 그는 86년부터 간염, 저혈압으로 몸이 점점 나빠졌다. 머리카락은 다 빠지고 혈관 확장증이라는 병 때문에 눈도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작업에 대한 강박, 대학 보직교수를 맡는데 따른 스트레스. 소문난 술꾼이었던 그는 술로, 담배로 세상이 주는 압박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결국 망가지고 말았다. 『청산해야 한다』는 생각에 안식년을 신청하고 제주도로 갔다. 서귀포시 송산동 바다가 보이는 곳에 거처를 마련했다. 학교도 그만두고, 제주에서 칩거하면서 건강을 회복하는 동안 실경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내면의 작용을 경치에 실어 표현하는 실경산수로는 세상과 인생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마음을 더 이상 표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그것이 싫었다』(작가)
90년에 다시 붓을 잡은 그는 「생활속에서중도의 세계」를 내보였다. 수묵에 더해 아크릴같은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세부묘사 대신 그는 많이 버리고 많이 생략했다. 흙벽이나 마당에 끝이 뾰족한 못으로 낙서했던 어릴적 추억이 바탕이 됐다. 사랑은 연꽃, 증오는 찔레꽃이고 하늘을 나는 새는 질투, 동백은 쾌락의 상징이다. 그런 것으로부터의 자유는 곧 물고기로 표현했다.
인생이나 생명이나 그 어느 과정도, 어느 것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생각이 「생활 속에서중도의 세계」이고, 이후 「생활 속의 중도」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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