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4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입구. 이규성(李揆成) 재정경제부장관 이기호(李起浩) 노동부장관, 진념(陳稔) 기획예산위원장, 전윤철(田允喆)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등 경제팀들이 탄 검은 세단이 속속 미끄러져 들어왔다.38층 메트로폴리탄에서 열리는 5대그룹 대표와의 제1차 민관정책간담회에 참석하기위해서다. 이규성 장관은 기자들이 몰려들자 후미진 곳의 호텔직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황급히 사라졌다. 진위원장, 전위원장, 이기호 장관은 고객용 엘리베이터의 38층버튼을 눌렀지만 불이 켜지지 않아 37층에서 내려 비상계단으로 올라갔다. 출입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정부당국의 요청으로 호텔측이 38층으로 올라가는 출입문을 봉쇄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들은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내려와 깜깜한 복도를 지나는 동안 호텔 안내원이 사라져 한동안 망연자실한 채 서있어야 했다. 『어이, 안내원 어디 간거야. 뭐 이 따위가 있어』. 한 장관이 짜증을 냈다. 안내원이 헐레벌떡 다시 찾아와 이들을 음식배달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
민관정책간담회는 극비리에 이루어지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경제팀과 재벌총수, 학계중진들이 이날 오후 4시부터 자정무렵인 11시30분까지 무려 7시30분동안 마라톤회의를 벌인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 학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댄채 경제살리기 해법을 찾자는 모임치고는 007작전벌이듯 「삼엄한」 경비를 해야 했는지 의문이 간다. 국무위원들이 회의장을 찾지못해 우왕좌왕했던 것은 3류코미디의 한 장면같았다.
이같은 우역곡절속에서도 민관은 빅딜추진과 정리해고자제에 합의하는 성과를 도출해냈다. 국민들은 총수들의 빅딜추진 및 정리해고자제 합의가 실행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회의장밖으로 새어나온 모장관의 고성이 기자의 귀에 뚜렷이 들려왔다. 『재벌이 구조조정의 시늉만 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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