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극복과 구조개혁에 따른 고통분담의 사회적합의를 도출하고 실천해 나가는 작업이 쉬울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원칙을 벗어난 편법이나 임기응변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더욱 아니다. 가는 길이 아무리 어렵다해도 정도를 벗어나면 오히려 사태가 꼬여서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총파업 일보직전에서 노정간의 극적 타협으로 실력행사와 강경대응의 정면충돌을 모면한 것은 일단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발등의 불끄기에만 급급했던 타협의 대가는 노사정위원회의 앞길을 더욱 험난하게 하고, 고통분담의 사회적 합의를 불투명하게 하는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경총등 경제계는 즉각 사용자측이 빠진 노정간의 합의내용에 반발,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 공식대화 창구의 교착이 불가피해졌다. 불법파업을 교섭의 대상으로 삼고, 개별기업 노사문제를 사측 당사자를 배제한채 결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경제계의 주장이다.
이틀간의 철야협상을 통한 노정간의 합의도 정면충돌을 유보했을뿐 노동현안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은 것이 아니다. 10개 주요현안중 미합의로 남긴 2개 핵심사안, 즉 정리해고와 공공·금융부문 구조조정문제는 입장 조율이 쉽지않은 예민한 문제인데다 노동계는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파업을 다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두가 자기 몫만 챙기고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한다면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우리 내부의 추진력 결집은 불가능하다.
이번 노정간의 장외협상은 분명 문제가 있다. 부당노동행위의 엄정한 처벌을 노동계가 요구해왔듯이 그들의 불법파업이 쉽게 용인되는 타협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개별기업 사업장, 특히 재판계류중인 삼미특수강 노사문제를 재판결과도 보지않고 인수기업에 취업시키겠다는 약속은 말이 안된다. 또 입법권 침해와 애매해질 정부기능을 우려해 노동부가 반대해온 노사정위원회법 제정에 합의한 것 역시 위원장의 월권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제 노사정은 다시 한번 고통분담을 위한 사회적 합의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구조개혁이란 고통의 과정을 안거치고 우리경제가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은 없다. 각자가 한 발짝씩 양보해 합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더 빨리 경제를 살리고 고용을 늘리는 길이다. 노사정위원회부터 확고한 원칙을 갖고 흔들림없이 당초의 설립취지를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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