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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서약과 반성문/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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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서약과 반성문/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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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는 내용의 글이다. 박상천 법무장관은 24일 사상전향제 폐지에 따라 새로 도입된 준법서약서를 거부하는 비전향장기수 등 공안사범은 8·15 특별사면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면서 법을 지킬 뜻조차 없는 사람들을 풀어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요구하는 준법서약서는 처벌받게 된 경위, 준법의지, 장래계획을 적도록 되어 있다. 일종의 반성문인 셈이다.한보비리 관련자로 이번에 사면될 것이 거의 확실한 홍인길 권노갑 전 의원은 준법서약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 전두환 노태우 두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나올 때 반성문을 썼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지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준법은 실천의 영역이지 종잇장의 맹세가 아니다. 법을 어기면 그때 다시 처벌할 일이지 서약서로 강요할 성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권단체들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준법서약서는 종전의 사상전향제와 다를 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양심수 가운데는 22개월 된 아기를 둔 정경희 정종권씨 부부, 사상전향을 거부해 41년째 수감 중인 세계 최장기수 우용각(69)씨도 있다. 이들을 사상이 다르다고 해서 41년이나 감옥에 가둬두는 것은 비인간적 처사라고 지적한다. 더구나 사면조건으로 준법서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모욕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준법서약서를 쓰고 풀려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안보논리를 내세워 공안사범 석방에 보다 엄격한 기준과 조건을 요구하기도 한다. 분단상황을 고려할 때 이같은 요구도 일리가 있다. 이처럼 공안사범에 대한 우리사회의 시선은 엇갈린다. 그럴때 마다 분단의 아픔이 더욱 가슴을 저미게 만든다. 하지만 건국 50년의 의미를 경축하기 위해 실시되는 특별사면의 의미가 준법서약서로 인해 퇴색되지나 않을까 아쉽다. 이번 광복절에는 많은 사람이 풀려나서 가족품으로 돌아가 따듯한 밥 한 그릇 나눠먹는 행복을 누리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하루빨리 통일이 돼 준법서약서 한 장이 그런 행복을 더 이상 가로막는 일이 없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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