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자유치 걸림돌 폐지 바람직”/통상교섭본부에 극장측 동조/“한국영화·문화정체성 말살 우려”/문화부·제작사들은 사수 선언국내 영화산업의 마지막 보호막인 스크린쿼터제(한국영화 의무상영제)가 마침내 도마위에 올랐다. 규제철폐와 개방을 요구하는 IMF관리체제 아래서 『영화라고 예외일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이 제도의 존폐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간, 영화제작사와 극장측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발단은 한덕수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 21일 한미통상협정체결을 위해 실무협상을 시작하면서 한본부장은 스크린쿼터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물론 미국측 요구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자 문화관광부는 『시기상조』라며 즉각 반대했다. 신낙균 문화관광부장관은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산업과 문화의 정체성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며 국제무역협정에서도 인정, 세계11개국에서 운용중인 제도』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영화 제작가협회(회장 이춘연)와 스크린쿼터 감시단(공동위원장 정지영),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김지미)도 24일과 25일 성명서를 통해 한본부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스크린쿼터제 사수를 선언했다.
현재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는 연 146일. 그러나 필름수급 사정과 극장의 성수기를 고려, 40일을 줄일수 있어 실제로는 106일이다. 이 제도마저 없어진다면 그나마 지난해 25.2%까지 오른 국산영화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할 것이라는게 영화제작자들의 분석. 따라서 프랑스처럼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가 될 때까지는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관련부처의 시각은 다르다. 외자유치와 통상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보호보다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정책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극장측 역시 한국영화제작 편수의 감소를 이유로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
스크린쿼터를 60일로 축소하는 것을 전제로 5억달러를 투자, 한국에 20개의 복합극장을 짓겠다는 미국의 제안도 「폐지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폐지론」은 결국 이를 수용하기 위한 정부의 사전포석이라는 분석이다. 마치 폐지론에서 한 걸음 물러난 것처럼 해서 한국영화제작자들의 반발도 무마하고 미국의 요구도 수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이대현 기자>이대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