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대폭 삭감·감원 구조조정에/경쟁 美회사 화재로 행운 겹쳐/4년 동안 빚절반 3,395억원 갚아대한유화가 법정관리를 4년여만에 졸업했다. 2005년으로 되어 있던 졸업일정을 7년 이상 앞당긴 「조기졸업」이다. 회사갱생을 위한 제도가 법정관리이지만 실제로 법정관리를 통해 살아나는 기업은 극히 미미한게 현실. 따라서 대한유화의 법정관리 조기졸업은 금융기관이나 기업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힘이 되고 있다.
■주거래은행의 철저한 관리
대한유화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93년 8월. 70년대초 설립돼 국내 나프타산업을 이끌었던 대한유화는 90년초 삼성 현대 LG등 재벌그룹들의 과잉투자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주거래은행인 한일은행은 대한유화의 법정관리신청직후 관리단을 파견, 자금흐름 영업전략 자구추진등 모든 경영작업을 지휘했다.
당시 관리단 실무책임자로 파견됐던 한일은행 정인호(鄭寅浩) 상무는 『회사정상화를 위해 은행관리단이 직접 자금수급계획을 마련, 낭비적 지출을 줄이는 대신 원자재구입 신용장(L/C)개설 등 소요자금을 공급했다』며 『지금 얘기되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했던 셈』이라고 말했다.
■뼈를 깎는 자구노력
채권단은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마자 대한유화 전임원을 교체했다. 1,300명 안팎이던 직원수도 1,000명 이내로 줄였다. 직원급여는 대폭 삭감했다.
특히 비업무용부동산과 사주소유의 개인부동산, 유가증권등 팔수 있는 자산은 대부분 조기처분했다.
■도와준 외풍
행운도 따랐다. 법정관리개시 첫해인 95년 미국텍사스 소재 대형 나프타공장 화재는 대한유화의 수출시장을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94년 98억원의 당기순손실은 미국공장화재 덕에 당장 이듬해 530억원의 흑자로 반전됐고 이후 3년간 1,063억원의 누적흑자를 내게 됐다. 대한유화는 법정관리기간 동안 3,395억원의 빚을 갚았다. 남은 빚은 4,000억원 안팎. 결국 금융기관의 철저한 지원과 감시, 내부자구노력, 뜻밖의 행운이 어울리면서 대한유화는 그 어렵다는 법정관리를 조기졸업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대한유화는 법정관리개시 당시 대주주(이정호씨)지분을 소각하지 않았다. 현재 주식은 이정호씨가 약 42%, 효성그룹이 14%, 동부그룹이 10%를 갖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국세물납된 약 33%의 주식을 재경부가 갖고 있다는 점. 재경부는 이를 성업공사를 통해 공매할 방침이어서 대한유화의 경영권향배는 이 물납지분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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