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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대응책/康景宣 미시간 주립대 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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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 대응책/康景宣 미시간 주립대 교수(특별기고)

입력
1998.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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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내분비 교란성 화학물질(환경호르몬)」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면, 「사람이나 동물의 내분비 호르몬과 비슷하게 작용, 내분비계에 영향을 미쳐 번식장애등 위해를 주는 물질」로 정의할 수있다.이러한 물질들은 수질이나 토양에 남아있다가 식물이나 어패류, 또는 이를 원료로 만든 식품등을 통해 사람에게 섭취되어 호르몬과 같은 역할 또는 그 역할을 방해하는 작용을 한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PCBs, DDT, 디엘드린(Dieldrin), 톡사핀(Toxaphene)등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물질들이 대부분이지만, 수질이나 토양중에 그대로 남아 자연의 먹이사슬을 통해 동물이나 사람의 체내에 축적되어 인간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이 물질들은 사람과 야생 동물의 기형을 유발한다든가, 동물의 정자 수 감소, 물이나 육지에 사는 수컷 동물을 암컷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남성의 정자수 감소와 여성의 유방암등 호르몬 관련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충격적인 사실은 이 물질들이 우유나 모유를 통해서도 후손에게 전해진다는 것이 미국의 한 역학조사에서 입증된 점이다.

일부에서는 수질이나 토양에 남아있는 환경호르몬 물질이 아주 미세한 양이라는 이유로 사람에게 미치는 위해정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최근 연구는 이들 물질이 적은 양이라도 서로 혼합될 경우 상승작용을 일으켜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성이 있다하여 모든 의심스런 화학물질에 무조건적으로 공포감을 갖거나 마녀사냥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일본과 한국에서는 일회용 식품용기에 포함된 비스페놀A와 스틸렌 올리고머(styrene oligomers)라는 물질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비스페놀A는 음식용기와 포장재의 원료로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폴리카보나이트라는 플라스틱의 기초원료이며 치과치료제에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비스페놀A는 내분비 교란성 물질임이 분명하지만 필자의 연구결과로는 체내에 축적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일회용 식기나 음료캔등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육류, 어류등과 같은 지용성 성분을 함유한 식품의 캔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컵라면 사건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일본정부의 초청으로 현재 일본 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에서 컵라면 파문을 촉발시킨 가와무라 교수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가와무라 교수는 그러나 컵라면에서 스틸렌 다이머와 트라이머가 추출됐다고 보고했을뿐, 그 호르몬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고 국제적으로도 검증된 바 없다. 그런데도 한·일 언론이 이 물질을 「환경호르몬」으로 규정, 대대적으로 보도한 것은 성급하고 선정주의적인 자세이다.

지금 하루에도 1,000개 이상의 새로운 물질이 합성되고 있어 우리는 정말 엄청난 화학물질들에 노출되어 있다. 이들 물질이 인간과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철저한 연구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그 연구는 개별적인 물질성분의 규명보다는 이 물질들이 뒤섞여 인간과 생태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인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않더라도 생태계를 파괴시키면 결국 인간도 존속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국가는 어떻게 산업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환경을 깨끗이 해야하는가를 생각할 때이며, 이를 외면한다면 미래는 보장받을 수 없다.<일본 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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