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아내는 악처(惡妻)인가, 아니면 악처를 만나야 철학자가 되는가』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화두(話頭)는 그의 아내 크산티페에 관한 것이다. 변변치 않은 풍모에 성격마저 융통성이 없었던 소크라테스가 그의 아내로 부터 구박받고 핍박당한 얘기는 유명하다. 그래서 후세 사람들은 크산티페같은 악처를 만났기에 존경받는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가능했다고들 얘기한다.■지금 시중에는 전 월드컵대표팀 차범근(車範根) 감독의 인터뷰가 화제다. 보다 큰 화제는 시종 차씨 인터뷰에 끼여든 부인 오은미(吳銀美)씨의 발언이다. 아내로 해서 더욱 유명해진 것은 소크라테스나 차씨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차씨를 아는 사람들은 오늘날의 차씨는 그의 아내 오씨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고 한다. 「축구인 차범근」은 오직 열성적인 아내 오씨의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차씨부부의 인터뷰 내용에는 물론 축구계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도 있다. 만약 사실이라면 큰 일이다 싶은 엄청난 발언도 눈에 띈다. 하지만 충고도 금도(襟度)가 있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비난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특히 오씨는 인터뷰 도중에 『차감독은 옆에 파리가 꼬이면 일을 못하거든요』라고 남편의 동료 축구인들을 「파리떼」로 몰아붙였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지각없는 일이다. 아무리 남편을 훌륭하게 「조련하는」 아내라고 해도 남편동료까지 매도해서야 되겠는가.
■차씨부부는 「실수하면 죽이는 풍토」라고 축구계를 비난했다. 하지만 패장을 퇴진시키는 일은 흔하다. 프랑스월드컵에서도 94년 브라질 우승을 따낸 명장 파레이라가 16강진입 실패책임으로 현지에서 사우디감독직을 쫓겨났다. 문제는 다시 찾지 않으리라고 침뱉고 돌아선 우물을 다시 찾을 경우가 있다는 사실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절제 하는 것이 스포츠맨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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