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아한글」 지키기운동본부가 한글과 컴퓨터(한컴)사에 100억원을 투자키로 함에 따라 퇴출 직전에 있던 우리나라 대표적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이 기사회생의 전기를 맞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아래아한글」의 회생은 PC통신 이용자들의 서명운동을 비롯한 벤처기업협회, 한글학회 등이 중심이 된 범국민적 운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우선 운동본부의 「한컴」 인수로 「아래아한글」이 국민적 소프트웨어(SW)로 발전할 기틀을 마련했고, 미국의 거대기업에 맞서 국내 SW시장을 사수하게 된 것은 한글 표기에 관련된 사회·문화적 손실을 막게 됐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한컴인수 파동으로 SW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도 SW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소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국민적 감정을 앞세워 미국 MS사의 투자포기를 종용한 것은 우리에게 필요한 외자유치 분위기 조성과는 어긋난다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아래아한글」을 포기할 경우 발생할 혼란과 국내 SW산업의 위축, 국가적 부담등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MS사등 외국기업이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 큰 부담으로 남는다.
이러한 점 등을 거울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아래아한글」 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일에 모두 동참해야 한다. 한컴이 외부의 원조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부실경영과 함께 「아래아한글」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가 만연했기 때문임은 잘알려진 일이다. 외면적으로 80%의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면서도 불법복제품에 밀려 실제 점유율은 부끄럽게도 13%에 불과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SW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오죽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불법복제를 차단할 수 있는 법개정을 추진하라고 지시했겠는가. 국민들도 이번 기회에 죄의식 없이 사용하던 불법복제품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 SW산업의 육성을 위해 「아래아한글」 파동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불법복제품 단속을 철저히 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한컴도 건실한 경영과 부단 없는 연구로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해야 한다. 제2의 부실우려를 씻고 하루 빨리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들은 한컴이 좋은 조건의 외국기업 투자를 외면하고 운동본부의 제의를 수용한 뜻과 국민들의 「아래아한글」 지키기운동의 열의가 어우러져 제2의 「아래아한글」 신화를 창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모두 지난 6월15일 MS사가 한컴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발표 때 받았던 충격을 잊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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