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설립한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그동안 사업추진과정에서 특정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특혜와 금품수수 등 온갖 비리를 저질러온 사실이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특히 이번 비리사건에는 유력 정치인들의 사업청탁 등 정치권과 부동산신탁회사 경영진간의 검은 유착관계가 일부 드러났으나 검찰이 정치인 관련부분은 수사하지 않고 서둘러 종결해 「축소수사」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민주계 실세였던 S의원 보좌관 출신 이재국(李載國) 한국부동산신탁 전사장이 95년 10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경성그룹 이재길(李載吉) 회장에게 아무런 채권도 확보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선급금을 지급하는 등 959억원을 불법으로 특혜지원,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실을 밝혀냈다.
경성그룹은 이회장과 동생 이재학(李載學) 사장 등 이씨 형제가 84년 경성건설을 모체로 설립했으며 (주)경성 (주)중앙상호신용금고 등 1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씨 형제는 계열사인 중앙상호신용금고에서 1,100억원을 불법대출한 사건으로 그룹의 부도가 우려되자 사기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96년10월 평소 친분이 있던 이 전사장에게 『경기 고양시 탄현동 등지의 아파트신축사업에 돈이 필요하다』며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협생사장 현태윤씨등을 통해 한국부동산신탁 임원들에게 10억원의 뇌물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뇌물 전액을 현금으로 건네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이들이 불법으로 지원받은 959억원은 한국부동산신탁이 96∼97년 64개 사업에 대해 지급한 선급금 총액 3,797억원의 4분의 1 규모로, 한국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차입금만 7,345억원에 이를 정도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던 상태였다.
이씨 형제는 1월 이전사장의 퇴임이 예상되자 뇌물을 통해 모회사인 한국감정원 원장 인선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이들은 권모씨와 공동 소유인 170억원 상당 토지를 단독 소유인 것처럼 서류를 위조하고 공장부지 용도변경 청탁건과 관련, 윤병희(尹秉熙·56·구속) 용인시장에게 5,000만원의 뇌물을 주었다.
이번 수사에서는 정치인들의 개입사실도 드러났다. 여야의 중진의원들이 한국부동산신탁의 이 전사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청탁했다는 사실이 관련자들의 진술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그러나 『정치인들과 업체간에 금품수수 증거가 나오지 않아 전화를 건 정치인 이름과 통화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수사초기 『정치권 개입여부도 규명하겠다』고 천명한 것과는 달리 관련 정치인에 대한 소환조사는 물론 계좌추적조차 하지않아 검찰이 정치권의 압력을 받고 서둘러 수사를 종결하려 한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개입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및 관료는 여권의 K의원과 야권의 S,K의원, L전의원 등 4∼5명과 한국부동산신탁 사장을 지낸 경제부처 고위관료 S씨등으로 알려졌다.<박정철 기자>박정철>
◎부동산신탁제도란
토지·건물등 부동산 소유자가 소유권을 신탁회사에 이전하면 신탁회사는 이를 담보로 자금지원과 개발,임대,분양 등을 대신해주고 수익을 소유주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로 91년 도입됐다. 현재 부동산신탁회사는 한국부동산신탁 대한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주은부동산신탁 주택공제부동산신탁 등 5개로, 이번에 문제가 된 토지개발신탁을 비롯해 부동산관리신탁 부동산처분신탁 부동산담보신탁 등이 주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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