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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불안 악용 ‘직장 성폭력’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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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불안 악용 ‘직장 성폭력’ 는다

입력
1998.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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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건수 작년보다 36% 증가□직장내 성폭력 대처방법

공사구별 자기주장 확실하게

상습희롱땐 여직원 공동대응

상황기록·진단서 등 증거 확보

「상사가 정리해고 가능성을 암시하며 신체접촉을 시도하고 단 둘이 만날 것을 요구해왔다」「상사의 요구를 거절했더니 사소한 잘못을 빌미로 맡고 있던 업무를 빼앗은 뒤 무능하고 인간관계가 나쁘다고 깎아내렸다」 지난 상반기 한국성폭력상담소에 접수된 사례들이다.

예전 같았으면 동료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부득이한 경우 직장을 옮기기라도 할텐데 요즘은 속수무책. IMF이후 직장여성들의 운신을 어렵게 하는 해고불안은 성폭력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최근 발표한 올 상반기(1∼6월) 직장내 성폭력 상담건수는 모두 1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6건에 비해 무려 35.8%나 늘어났다.

이는 전체 성폭력 상담의 증가율 5.7%에 비해 매우 높은 것이다. 조중신상담부장은 『최근의 성폭력 행태는 상사가 여직원의 불안한 위치를 악용해서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여성인권뿐 아니라 노동권까지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직장은 대개 비민주적이며 남녀차별이 심한 분위기』라고 전하는 그는 『직장내 성폭력사건을 일반적인 성폭력사건으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고용기회균등위원회(EEOC)가 주관하는 미국처럼 남녀고용평등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업무상 위계에 의한 강제추행」은 성폭력특별법에 근거해 처벌할 수 있다. 상사의 요구를 거절해 해고당한 경우라면 부당해고로 지방노동사무소에 구제신청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여성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인데다 설사 용기를 내 재판까지 가더라도 피해자측이 오히려 증거를 제시하도록 하는 제한규정 때문에 법에만 기댈 수 없는 형편이다. 미국에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피의자가 아니라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스스로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센터 이인숙간사는 『평소 공적인 업무관계와 사적인 친분을 혼동하지 않도록 하고 자기주장을 확실히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성희롱을 하는 남자직원이 상습범인 경우 여직원회에 알려 공동대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조언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를 당한 경우라면 적절한 대처를 취해야 한다. 직장내 강간에 대해서는 남자측이 「동의한 것」이라고 발뺌을 할 경우에 대비, 진단서나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적은 기록이나 주변의 증언을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내 성폭력은 개인간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 전체의 문제로 번지기도 한다. 특별한 관계의 보답으로 특혜를 줄 경우 부원들간에 적대적 분위기가 조성되며 반대로 부서이동이나 사직 등으로 불이익을 당할 경우 업무의 연속성을 떨어뜨리는 등 기업에 미치는 피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의 김엘림연구원은 『소송비용, 회사이미지추락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주는 성폭력예방교육과 규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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