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수원지법 110호법정. 올 2월 국내외를 떠들썩하게 했던 반도체스파이사건에 연루된 피고인 16명이 법정에 섰다.삼성전자 LG반도체퇴사후 국내 반도체회사 기밀서류 840여건을 대만에 빼돌리다 적발된 피고인들에게 3년에서 10년이 구형되는 순간, 방청석 뒤켠의 삼성전자 직원들은 『피해액이 얼마인데 3년이라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최대규모인 이번 산업스파이사건은 그동안 「기술도둑」에 대해 법과 제도가 얼마나 관대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충격적인 기술도둑사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우선 산업스파이 행위를 기업간의 「다툼」정도로 해석하고 있는 「한가한」 현행법에 있다.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폭발성에도 불구하고 영업비밀보호법상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 처벌은 6년이하 징역 또는 1억원미만의 벌금이 고작이다. 법이 놀고 있는 사이, 서류 840여건이 대만으로 흘러들어가면서 국내 반도체업계는 순식간에 약7억달러(9,100억원상당)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었다. 기술도둑을 일벌백계해야함은 기술유출의 파괴력이 이처럼 국가경제를 뒤흔들만큼 엄청나기 때문이다. 또다른 문제는 자신들이 빼낸 자료가 무가치한 것이라며 강변하는 기술도둑 엔지니어들의 도덕적 해이다. 여러명의 내부동조자들이 「패거리 도둑질」을 해도 전혀 눈치를 못챈 반도체업계의 내부보안도 문제다.
4년여를 끌던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GM간의 산업스파이사건이 지난해 폴크스바겐측이 「GM에 1억달러배상, 향후 7년간 10억달러상당의 GM부품구매」를 약속해 타결된 예는 산업스파이에 대해 아직도 흥미위주의 정서가 남아 있는 우리 정부와 국내 산업계가 꼽씹어야 할 대목이다. 외국기업과 연결된 산업스파이는 나라를 팔아먹는 현대판 매국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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