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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박치기/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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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박치기/조재용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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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신문은 이를 「현장박치기」라고 표현했다. 재·보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각 당의 득표전이 치열해지면서 중앙당이 각 지역의 후보 사무실에서 일상 당무회의를 갖는 것을 비꼬는 말이다. 총재단회의, 간부회의, 공동정권운영협의회, 의원참석 연석회의 등 중앙당의 각종회의가 재·보선을 치르는 선거구에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중앙당사를 놔둔채 선거구를 순회하는 이동회의가 요즘 유행이다.■박치기는 옛날 프로레슬링선수 김일씨의 특기였다. 스포츠가 다양하지 못했던 그 시절 레슬링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그가 박치기 특기를 동원하는 것은 대부분 경기막판이었다. 상대를 그로기상태로 몰아넣은 뒤 마지막 단계에서 박치기 일격으로 쭉 뻗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이 계속 몰려서 정신이 혼미한 듯 싶다가 온 몸을 실은 박치기 한 방으로 전세를 단번에 역전시키는 방식이었다. 이런 드라마틱한 경기운영은 팬들을 열광시켰다.

■비유로 사용될 때 박치기란 표현은 매우 원시적이고 물리적인 충돌을 빗대는 부정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 어느 나라건 정치는 풍자와 희화화의 대상이지만 우리처럼 저급화, 비속화, 조소화하기까지 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선거는 분명 민주정치의 꽃이다. 하지만 여야 정당의 주요 선거전략이 간단하게 박치기로 비하하는 현상은 씁쓸하다. 좁은 선거사무실에 당 수뇌부가 총출동해 비비적거리며 정치쟁점들을 논하는 것은 구차한 장면이다.

■구차해 보이기는 일반의원들도 결코 덜하지 않다. 이번 선거에 각당은 소속의원 총출동령을 내렸다. 여야 모두 당대표가 출마한 마당에 선거는 당의 체면이 걸린 일전이다. 그래서 각당은 손바닥만한 선거구를 동(洞)별로 나눠 의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책임을 맡겼다. 여기서 의원들은 상명하복하는 무급운동원의 신분이다. 당명에 따라 곳곳에서 현장박치기를 벌여야 한다. 각자가 헌법기관이라는 본연의 신분은 온 데 간 데가 없다. 초라한 신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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