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몬트리올영화제에 ‘성철’ 경쟁부문 초청받고도 교계반발로 제작중단 출품못해/수작들 이미 ‘칸’ 참가 자격상실/급히 추천작 냈지만 선정미지수한국영화계는 「차려놓은 밥상」도 먹지 못한다.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참가할 좋은 기회를 얻었으나 작품이 없어 그냥 구경만 해야 할 판이다.
8월27일부터 캐나다에서 열리는 제22회 몬트리올영화제. 세계 4대 영화제의 하나로 주로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영화에 관심과 가치를 두는 이 영화제에 한국은 일찌감치 경쟁부문의 초청을 받았다. 96년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가 예술공헌상을 받자 세르주 로지크 집행위원장은 『98년을 「한국영화의 해」로 지정, 특별전도 마련하고 경쟁부문에 한 작품을 초청하겠다』고 밝혔었다.
약속대로 올해 3월 한국을 방문한 로지크 위원장은 박감독이 촬영중인 「성철」을 경쟁부문작으로 골랐다. 다른 영화제에 나간 작품은 제외한다는 원칙과 박감독에 대한 신뢰 덕분이지만 이 작품이 동양적 사상과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었다. 칸영화제에 참가한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등 9편은 대신 「한국영화특별전」 상영작으로 돌렸다.
그러나 인물왜곡을 우려한 불교계 일부의 반발로 「성철」의 제작이 6월에 중단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무엇보다 「한국영화의 해」로 결정한 몬트리올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이 소식을 듣고 당황해 했다. 집행위원회는 해결책으로 『그렇다면 다른 작품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수작으로 꼽힌 영화는 이미 앞다투어 5월 칸영화제에 참가해 버린데다, 그 뒤에 나온 작품에 괜찮은 영화가 없어 한국은 참가를 거의 포기한 상태이다. 15일 부랴부랴 영화진흥공사가 『막 제작이 끝난 작품이라도 검토해 보라』며 「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과 「엑스트라」를 추천했지만 토착정서를 중시하는 영화제 성격상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될지는 미지수다.
특정 영화제에만 매달리는 우리 영화사의 단견, 종교계의 이해부족, 이를 효율적으로 조정하지 못한 영화진흥공사의 무능으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해외영화제에 초청을 받고도 참가하지 못하는 망신을 자초하게 됐다.
한국영화가 해외에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은 곳이 바로 몬트리올영화제. 88년 「아다다」의 신혜수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91년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이혜숙), 92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제작가상을 받는등 그동안 경쟁부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이대현 기자>이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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