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의 세상」이라고 할 만큼 어지러운 시대에 용서와 화해를 앞세우는 종교는 어떤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극단 백수광부 「아멘」(19일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의 주제는 워크숍무대로서는 꽤 무겁다. 감리교신학대를 나와 서울예전 극작과에 입학한 이상범씨(작·연출)의 개인적 경험이 진하다.그는 반복의 효과를 활용해 무거운 주제를 쉽게 소화해낸다. 주인공인 소녀가 다섯번이나 성당과 집을 오가며 고백성사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이 작품이 전하는 주제를 저절로 이해하게 된다. 가장 단순한 단어들은 리듬을 탄다. 소녀가 고백하는 죄는 인종차별과 학살, 일본군위안부, 인신매매, 납치와 강간, 환경파괴 등 반인륜적 범죄들이다. 신부는 괴로워하면서 죄를 사해준다. 10개 장면에 등장하는 소녀는 한 인물이지만 신부와 부모는 계속 바뀌어서 언제,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로 확대된다. 또 갈수록 수척해지고 고립되는 신부의 모습은 입지가 좁아지는 종교의 현재 상황을 드러낸다.
그러나 6번째 신부가 『이제 심판이 필요하다』며 독배를 준비하는 장면은 너무 직설적이어서 앞서 나온 5명의 신부와 그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왜소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세상의 죄악을 종교적 문제로 돌릴 위험성이 있어 아쉽다. 주제전달의 장치로 이용된 반복의 행위도 변화가 없어 긴장을 상승시키지 못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사회의 병리현상을 해부하고자 한 이씨의 주제의식과 연극적 표현은 높이 평가할만다. 「태작」이고 소속도 없는 이씨를 무대로 끌어낸 백수광부의 모험도 돋보인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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