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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제지의 기사회생/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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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제지의 기사회생/이종재 경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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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펄프제지가 빚을 갚고 회생이 확인된 15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 대각선쪽에 있는 한라그룹 사옥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제 뭔가 빛이 보인다』는 분위기였다. 7개월여나 끌어온 작업(지분 해외매각)이 우여곡절끝에 마무리된데다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서인지 16일 분위기는 지옥에서 탈출이라도 한듯 더 고조됐다.한라의 성공적인 매각은 비단 한라만의 성공이 아니다. 이 회사를 매입한 미국 보워터사도 한라매입을 계기로 동남아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자칫 거리로 내몰릴 뻔했던 286명의 종업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일자리를 보전하게 됐으며 공장이 있는 전남 영암의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게 됐다.

곰곰 따져보면 한라가 살아남으로써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된 것은 사실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이다. 4,500억원 부채중 상당금액을 탕감하는 조건이어서 은행입장에서는 대출금 전액을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라가 그대로 파산한 경우와 비교하면 정작 지옥을 갔다 온 것은 채권단이다. 채권단이 일부의 대출금을 경감해 주는 조건이기는 했지만 한라의 지분이 2억2,000만달러(약 2,800억원)에 팔림으로써 지분매각대금만큼의 대출금을 회수하는데 성공했다.

한라가 파산됐을 경우의 상황은 끔찍하다. 채권단은 대출금을 완전히 떼이고 말았을 것이다. 근로자들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고 이제 막 투자해 종이를 생산한지 1년도 안된 영암공장은 흉물로 남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은행이 주축이 돼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기업가치회생작업(워크아웃)이 한창 진행중이다. 은행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장래가 유망한 기업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부도처리되어서는 안된다. 한라펄프제지의 사례는 「부실기업처리에 있어 부도만이 능사가 아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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