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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춤춘다’/時限·件數주의로 원칙없이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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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 ‘춤춘다’/時限·件數주의로 원칙없이 표류

입력
1998.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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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銀 합병·워크아웃 등 오락가락/계속되는 위험한 실험에 경제만 혼란구조조정이 춤추고 있다. 중심을 지켜야 할 정부가 도리어 뒤를 감당치 못할 무리수를 남발, 정책이 조령모개(朝令暮改)가 되다보니 구조조정방향도 럭비공튀듯 원칙없이 표류하고 있다. 한 금융계 인사는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해 방법을 바꿔가며 위험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방법이 실패할 때마다 국민경제의 혼란과 충격은 너무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정책당국내에 형성되어 있는 언제까지 끝내야한다는 「시한주의」, 반드시 몇건의 성과는 내야한다는 식의 「건수주의」가 해소되지 않는한 구조조정은 성공키어렵다는 지적이다.

■갈팡질팡하는 구조조정

조흥 상업 한일 등 3개 대형시중은행을 합병시킨다는 방침이 오락가락하고 있다. 당초 경영평가위원회가 3개 은행에 내렸던 승인판정을 금융감독위원회가 조건부승인으로 뒤짚은 것은 바로 합병을 통한 수퍼뱅크탄생을 밀어 붙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금감위는 각 은행들의 외자유치계획, 특히 그동안 인정하지 않겠다던 「수익률보장부」 혹은 「정부출자후」 외자유치를 긍정검토키로 해 독자회생의 길을 열어줬다.

이에 대해 금감위는 16일 『당초 방침과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처음부터 조건부승인은 퇴출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증자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명령 경영개선명령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식입장은 엄연히 『조건부승인은행의 증자이행이 이뤄지지 않으면 퇴출이나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기업가치회생작업(워크아웃)도 당초 15일까지 8개 은행에서 2개씩 모두 16개 대상그룹을 선정키로 발표했었다. 10일까지 기업들로부터 자발적 신청을 받되 「자원」 기업이 없으면 강제지정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마감시한까지 선정된 워크아웃그룹은 고합 신호 갑을 진도 거평등 5개에 불과하다. 금감위는 현재 『워크아웃대상기업을 강제지정하기는 곤란하며 꼭 15일까지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고 물러나 있다.

■발상의 문제점

문제는 정부의 구조조정정책에 예측가능성이 없다는데 있다. 금융구조조정의 경우 「조건부승인」이란 어정쩡한 상태를 만들어놓고 합병쪽으로 몰고가다 다시 독자회생을 인정하는 쪽으로 선회, 결국 한달의 시간만 버린채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 것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승인을 하든, 합병명령을 내리든, 퇴출을 시키든 지난달 29일 은행퇴출발표때 결정해야했다』며 『시간만 끌고 방침이 왔다갔다 하면서 예금은 예금대로 빠져나가고 결국 시장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임원은 『정부의 수퍼뱅크노력이 정말로 은행산업발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큰건」을 올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는 곰곰히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기업구조조정 역시 「15일까지 16개 기업선정」이란 구도자체가 잘못됐다. 은행마다 거래업체수가 다르고 기업상황이 다른데 며칠만에 무조건 두개씩 업체를 골라낸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한 금융계인사는 『구조조정이 지향하는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적은 바로 정책당국자들의 사고』라고 지적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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