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신문사와 어느 여론조사기관이 합동하여 대한민국 50년의 50대 인물을 선정하여 신문지상에 크게 발표한 걸 보고 놀랐다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건국 50년이라고 하면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한 나라의 역사인데 여론조사로 그 역사의 인물들을 추려 순위를 정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역사적 평가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계의 권위자들이 10년 20년 두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야 겨우 인물의 윤곽이라도 드러날 것이다. 게다가 그들의 업적에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있어서도 안될 일이다. 이 나라의 50년 역사는 고사하고 5,000년 역사에서도 제일 가는 인물을 골라 점치기도 어렵다는 사실은 누구나가 인정할 것이다.
국회의원을 비롯하여 공직을 노리고 입후보한 사람들을 거명하며 여론조사라는 것을 해서 누가 당선될 것 같다고 점치는 일이 흔히 있는데 그것도 유권자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하여 선거기간중에는 못하게 되어있다. 정치판에서의 여론조사란 인기투표에 불과한 것이다. 하물며 역사적 업적을 인기투표로 평가할 수 있는 일일까.
나니까 할 수 있는 말을 한마디만 하자. 「학술·문화·예술」부문에 김옥길 전 이화여대 총장 이름이 있다. 만일 그 리스트에 자기 이름만 있고 백낙준 총장, 김활란 총장의 성함이 빠진 것을 알면 그이가 무덤속에서도 가만 있지 못할 것이다. 그는 아마도 이렇게 소리지를 것이다. 『나를 부끄럽게 해도 분수가 있지』 그는 김활란 총장의 이름밖에는 이화대학 역사에 내세울 인물이 없다고 하였다. 여론조사가 과연 타당성이 있는 것인가.
정치지도자로서의 인물 크기가 박정희 전대통령이 1위, 전두환 전대통령이 6위라고 하면, 우리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군사쿠데타같은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5·17, 5·18같은 참극을 불가피하게 만들더라도 정권만 잡아라. 그리하면 역사의 영웅이 된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말이 바로 이런 때 필요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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