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카가와 가쿠(高川格)9단이 60년에 혼인보(本因坊)전을 9연패(連覇)하자 일본인들은 「불멸의 금자탑」을 세웠다며 흥분했다. 도쿠가와(德川) 바쿠후(幕府)시대 이래 300여년을 이어 온 최고(最古)전통과 최고(最高)권위의 혼인보. 그 자리를 9번이나 지킨다는 것, 더욱이 그 기록을 깬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38년. 조치훈(趙治勳) 9단이 「불멸의 금자탑」을 무너뜨렸다. 일본인들은 『새로운 신화를 창조했다』며 경악했다.조9단의 바둑은 기록과 신화로 점철돼 왔다. 박세리가 골프사를 새로 쓰듯이 조9단은 바둑사를 새로 써왔다. 일본기원 최연소 입단(11세), 최연소 타이틀 획득(18세 3개월), 최연소 9단(24세), 단일기전 최다 연패등 그가 세운 각종 기록을 보라. 기세이(棋聖) 메이진(名人)과 혼인보등 일본 3대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하는 「대삼관(大三冠)」 3연패와 통산 타이틀획득 신기록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일구어가고 있다.
조치훈은 왜 강한가. 목숨을 걸고 두기 때문이다. 그가 낸 책의 제목도 「목숨을 걸고 둔다」였다.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휠체어를 탄채 대국을 하고, 언제나 초읽기에 몰리면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장고하는 그는 7번기에서 3연패(連敗)후 4연승의 역전드라마를 자주 연출해냈다. 지나치게 계산에 밝은 요즘바둑에 대한 그의 거부감은 기도(棋道)정신의 발로이리라. 『앞으로 5년이 나의 승부입니다. 역사상의 대명인(大名人)들이 좁은 틈 사이로 깨닫고 보았던 것을 나도 경험하고 싶습니다』 그는 14일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조치훈의 특징은 기도정신의 추구와 목숨을 건 투혼이다. 박세리가 포기하지 않듯 그도 상대방이 지겨워할 정도로 돌을 던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에도 바둑처럼 위기와 기회가 있고 역전승이 있다. 섣불리 돌을 던지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이것이 조치훈의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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