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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는 누구를 위해/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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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는 누구를 위해/김동길 前 연세대 교수(東窓을 열고)

입력
1998.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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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가 정치에 개입했다 하여 오늘의 야당인 한나라당이 비분강개하여 『이럴 수가 있느냐』고 대들고 있는 반면 여당인 국민회의는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변명하기에 급급한듯 하다.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이 든다. 국가안전기획부의 전신이 중앙정보부였는데 서울 남산에 본부가 있어서 「남산」으로 통하는 막강한 권력기관이었다. 한번 끌려가면 성해서 나오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돌만큼 끔찍한 곳이기도 하였다. 장준하, 계훈제, 백기완, 김지하를 비롯 소위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투사치고 「남산」 신세를 지지 않은 사람은 아마 단 한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거기서 서울법대의 최종길 교수는 시체가 돼서 나왔고 시인 천상병은 영원히 애를 만들 수 없는 불구의 사나이가 되었다고 본인이 스스로 밝힌 적이 있다. 남산 지하실에 들어서면 고문을 당하고 있는지,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우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다. 그 지옥문을 벗어나기 전에, 세상에 나가면 어떤 경우에도 정보부에서 본 일, 들은 일, 당한 일에 대하여는 절대 언급조차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야만 했다.

그 정보부는 당시 절대권력을 행사하던 박정희 대통령의 정권안보가 최우선 존재이유였는데, 국가안보가 정권안보와 직결되어 있던 그 시절에는 매우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말해서 중앙정보부는 이 나라의 정치일선을 담당하고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 중앙정보부의 명칭이 국가안전기획부로 바뀐 것은 전두환씨가 대통령이던 때 이루어진 일이다. 무슨 동기로 이름을 갈아붙였는지 모르나 아마도 중앙정보부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뒤 안기부도 비슷한 임무를 담당해 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안기부가 정치에 개입했다고 한나라당이 흥분하는 것은 매우 이치에 벗어난 일이다. 오늘의 한나라당에도 정보부나 안기부의 도움을 받아 정치도 하고 출세도 한 사람들이 있을텐데 그럴 수는 없다. 오늘의 안기부가 변함없이 여당과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에 항의를 제기할 자격이 오늘의 야당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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