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기와 함께한 43년… 한번도 적자 없어박기억(朴基億·73) (주)디아이 회장은 지금까지 43년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디아이는 종업원 290명을 두고 충남 천안공장에서 반도체검사장비를 생산해 96년 716억원의 매출액에 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지난해에는 매출 890억원에 5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얼떨결에 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적자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두려웠다』 박회장은 다니던 회사에 지운 짐을 해결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르게됐다며 웃음짓는다.
평양의학대학을 졸업해 의사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그는 54년 한국곡산에 상무로 들어갔다. 이 때 미국 원조자금(FOA)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배정되고 있었다. 한국곡산도 원심분리기등 설비를 갖추기 위해 서둘러 원조자금 20만달러를 신청했다. 원조자금 신청업무를 맡았던 그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산업기기 구입자금이 아니라 과학기기 자금을 신청해버린 것. 55년초부터 한국곡산에는 전혀 필요없는 과학기기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는 책임을 지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러나 사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수입되는 과학기기를 팔아주어야만 했다. 박회장은 과학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서울 종로2가에 과학기기 판매상을 차리고 사업길로 나섰다. 과학기기를 들고 대학 연구소나 큰 공장들을 찾아다니며 열심히 세일즈활동을 펼친 덕에 그렇게도 우려하던 적자는 내지 않았다.
초창기부터 줄곧 과학기기와 정밀기계를 취급해온 박회장은 80년대부터 반도체분야로 눈을 돌렸다. 박회장이 반도체장비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개발작업에 나서자 주위에서 『반도체에 미쳤다』는 쑥덕거림이 들려오기도 했다.
디아이는 반도체칩의 신뢰성을 검사해주는 번인시스템(Burn In System)을 자체개발, 국내 반도체업체들에 수입품의 4분의 1 가격으로 공급해 호평을 받았다. 반도체의 발전속도가 빨라 계속해서 신기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디아이의 천안공장은 개발과 생산과정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올가을에는 획기적인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으로 이미 삼성전자에서 시험을 통과했다고 박회장은 밝힌다. 박회장의 사업은 첨단산업과 흐름을 함께 하다보니 큰 굴곡없이 줄곧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회장은 현재 평안남도 장학회 이사장, 평화통일장학재단 이사장, 한국재활재단 이사장등을 맡아 실향민의 아픔을 달래고 있다. 하루빨리 남북교류가 활성화돼 고향 땅을 밟아보는 것이 박회장의 소원이다.<최원룡 기자>최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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