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교통대책으로 운행차량을 줄여야 한다는데 이론은 없다. 문제는 그 방법이다. 운행차량을 줄이는 단기대책으로는 차량부제(車輛部制)를 실시하는 방법과 교통세를 올려 휘발유값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정부는 차량부제를 민간부문까지 확대실시하기 위해 시행지침을 지난달 전국지방자치단체에 시달한 바 있고 다음달부터는 휘발유값도 올리기로 했다. 그러나 그 어느 방법도 교통난 해소에 실효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우선 차량부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자율에 맡길 때는 실효가 없고 강제할 때는 비효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휘발유값을 올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휘발유값을 교통난 해소에 실효가 있는 수준까지 올리지 않으면 정책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왜 그런지 살펴보기로 하자.
이 문제는 결국 운행차량의 수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함에 있어 「사람의 손」 즉 정부의 행정통제에 맡길 것인가, 아니면 「가격의 손」 즉 시장기능에 맡길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가격의 손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첫째로 운행차량을 줄일때 이로인한 사회적 불편과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그러하려면 덜 필요하고 덜 급한 순서로 차량운행을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휘발유값을 올리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러나 5부제 또는 10부제로 하면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이다. 응급환자의 차나 놀러가는 차나 같이 취급하는 것이다.
둘째로 강제적인 차량부제를 오래 실시하면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은 끝 번호가 다른 차 한대씩을 더 사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량부제는 교통난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하는 결과가 된다. 휘발유값을 올리면 차를 굴리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차량주행뿐 아니라 보유도 줄이게 하여 장기적으로도 교통난 해소에 효과가 있다.
끝으로 차량부제를 실시하게 되면 많은 위반차량이 발생할 것이고 이것을 감시하지 않으면 실효가 없다. 그래서 감시하는 사람들을 새로 고용해야하고 단속과정에서 많은 사회적 비용과 낭비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규제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금 행정개혁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차량부제는 어떤 경우에 필요한가. 그러한 무차별적 행정통제방식은 짧은 기간동안 확실한 수량의 교통량 통제를 필요로 할 때 적합하다. 지난날 우리나라의 올림픽 기간이 그 예이다.
기름값을 올리면 운행차량을 줄여 교통난해소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에너지 소비가 줄어 국민저축이 늘어나고 수입(輸入)이 줄어 국제수지가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휘발유값을 올리는 방법을 선택할 경우의 문제점은 차량운행비용이 상승하여 생산비상승과 가계비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기름 한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기름은 아껴써야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하려면 기름값은 비싸야 하는 것이 정칙이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생각할 때 기름값 인상을 통한 소비절약과 국제수지개선은 바람직한 것이며 이에따른 가계비상승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기름값을 올리면 정부세수가 늘어난다. 따라서 기업이나 가계에 대해 그만큼 혜택을 늘려 주거나 다른 조세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기름값 인상의 폭은 정책목적수행에 충분해야 한다. 정부는 다음달부터 현행 ℓ당 1,500원 수준까지 올리고 이것으로도 교통난해소에 효과가 미흡하면 효과가 있는 수준까지 더 올리고 그 대신 그 수입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담증가를 보상해주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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