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상 최고의 건축가는 통일신라시대의 김대성일 것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8세기에 활동한 그는 현세(現世)의 부모를 위해서 불국사를 세웠고, 전세의 부모를 위해서는 석굴암을 창건했다. 신라미술의 가장 높은 봉우리를 이루는 불국사와 석굴암에는 불교적 인과응보 의식과 함께 부모자식 간의 정과 그리움이 넘치도록 배어 있다.■서울 강남의 청작화랑은 화랑을 시작한 남다른 동기가 있다. 대표 손성례씨는 청각장애인 아들에게 미술적 영향과 영감을 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그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11년전 화랑을 열었다. 같은 청각장애인인 한국화가 운보 김기창화백 처럼 키우는 것이 꿈이었는데, 부모의 희망대로 성장한 아들은 모대학 3년생으로 조각을 전공하고 있다. 이 화랑은 그 동안 몇차례 청각장애인 화가 전시회를 열어 도움을 주고, 같은 길을 걷게 될 아들과 인연을 맺어주기도 했다.
■운보도 이 화랑에 여러가지 도움을 주었지만, 많은 작가와 고객들이 이 화랑에 담긴 모성애에 눈물겨워 한다. 최근 서울 소격동에 문을 연 아트선재센터도 아들에 대한 지극한 모성애의 산물이다. 「선재」는 지난 90년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정희자 아트선재센터 관장 부부의 장남인 고 김선재군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이 센터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음악과 춤 등 여러 장르가 한데 어울리도록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 부부는 경주에도 선재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끼 낀 고도(古都)에서 상상력이 풍부하고 발랄한 세계적 현대미술을 보는 즐거움은 매우 독특하다. 미술작품이 기쁨을 주듯이, 자식 사랑이나 부모에 대한 그리움에서 미술관을 짓고 운영하는 일 또한 아름답다. 다가오는 휴가철에 부모자식의 정을 생각하며 미술관을 찾는 것도 아름다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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