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래가 되지 않겠지”/주가 이상급등에도 불구하고 “사자” 외친 투자자는 술래되기 쉬워「그린 메일」(Green Mail)은 특정기업의 주식을 은밀히 대량으로 사들인뒤 경영권을 위협해 기존주주들에게 높은 값에 되파는 것을 말한다. 이과정에서 정보에 어두운 소액주주들은 주가급등락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아팔루사펀드가 10일 효성T&C 지분을 전량매각하자 그린메일이라는 용어가 회자됐다. 하지만 이번 일을 전형적인 그린메일로 보기는 힘들것 같다. 올1월부터 효성T&C주식을 보유해온 아팔루사가 애초부터 경영권을 위협해 차익을 챙기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팔루사가 지난달말 6,000원대의 싼 값에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이후 9일간 상한가를 친 끝에 상당한 차익을 남긴뒤 일반투자가가 아닌 효성그룹에 주식을 전량 팔아치운 과정은 뭔가 석연찮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소액투자가들의 손해가 불가피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일부터 주가가 1만4,500원으로 뛴 9일까지 효성T&C 주식의 순매수 규모는 53억원대. 아팔루사 매입분을 제외한 46억원정도 가운데 상당부분은 일반투자자들이 주가상승을 보고 덩달아 사들인 것으로 보인다. 10일이후 주가는 이틀만에 1만200원으로 곤두박질쳤고 하한가에도 거래가 끊겼다. 주가가 1만450원이던 7일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이미 원금이 깨졌고 나머지 투자자들도 앞으로 돈이 날아가는 것을 쳐다볼 수 밖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지속하는 이상징후를 보이는데도 「사자」대열에 동참한 투자자를 「선의의 피해자」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증시관계자들은 많은 경우 「당분간은 더 오를테니 나는 값이 떨어지기 전에 팔면 되지」하는 심리에서 투자를 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어렸을 적 소풍가서 즐겨하던 「수건돌리기 게임」이 있다. 모두들 「나는 술래가 되지 않겠지」하며 박수를 치고 즐기지만 누군가의 등뒤에는 반드시 수건이 떨어진다. 불안한 이상급등에도 불구하고 「사자」를 외친 투자자는 수건돌리기게임의 경험을 잊어버렸다가 술래가 된 셈이다.
최근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대상기업들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구조조정과정에서 효성T&C처럼 외국투자자들이 일시에 손을 터는 사례가 또 일어날 수 있다. 환율급락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까지 챙겨 떠날수 있는 상황에서는 그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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