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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물’ 행정/이은호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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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물’ 행정/이은호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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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경부가 하는 일을 지켜보노라면 「국민의 정부」의 환경부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환경부는 먹는 샘물의 방사능물질 함유논란을 최종검증하기 위해 한달간 22개사 제품에 대해 실시한 방사능조사 결과를 9일 발표하면서 제조회사 이름은 쏙 뺐다.

환경부 관계자는 『조사를 위해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충분히 논의된 사항』이라며 측정된 방사능물질의 수치만 발표했다. 『선진국의 현행 규제치 또는 미래에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규제치로 볼 때 이번에 나온 측정치 모두가 음용수로 적합한 정도』인데다 『시료로 채취한 제품의 제조일자가 큰 차이를 보여 출하된지 오래된 제품은 방사능물질이 실제보다 적게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든 제품이 마시기에 적합하니 그냥 마시라』고 강요하는 꼴이다. 소비자들은 그같은 말을 들으려고 세금을 낸 것이 아니다. 기호식품도 아닌 일상생활에 가장 중요한 물임에야 더 말할 필요도 없다. 환경부가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확인해준 22개 제품 가운데 방사능물질이 적은 제품과 많은 제품을 가려내 국민들이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그리고 소비자를 대신해서 논란이 된 물의 성분이나 질을 검증해 알릴 의무가 있다.

시료별 제품화기간이 달랐다는 말은 이번 조사 전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는 점을 알고 있는지조차 의문스럽다. 시료의 제품화기간마저 통일시키지 못할 정도로 무성의했다면 이는 분명히 직무유기다. 『환경부가 「과학적 조사」라고 주장하는 게 이정도라면 아예 조사를 맡기지 말자』는 한 환경운동가의 지적을 환경부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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