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는 말은 정치권에서 즐겨 인용하는 경구 가운데 하나다. 이 말을 가장 즐겨썼던 정치인은 아마도 지금은 고인이 된 심명보(沈明輔) 전 민정당대변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의 문면해석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사람은 결코 시대주역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가 대변인을 역임했던 시기는 정치적 격동기였다. 이른바 5공신군부세력이 민주화세력으로부터 엄청난 저항을 받던 때다. DJ YS 등 양김씨를 중심축으로 한 재야세력의 직선제요구가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던 때이기도 하다.■집권 민정당의 대응강도는 양김세력의 저항강도에 맞춰질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심대변인의 대야(對野)성명엔 자연스럽게 양김 겨냥 빈도가 잦았다. 그의 성명에는 예의 「물레방아론」이 자주 등장했다. 이미 「흘러간」 양김이 전면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것이 주조(主潮)였다. 말하자면 심대변인에게 있어 물레방아론은 양김 용도폐기론이다. 그러나 민정당의 기대와는 달리 역사는 양김을 역사의 한복판으로 불러들였고 이들에 의해 역사는 상당기간 만들어져 가고 있음은 자명한 현실이다.
■최근 정가엔 15대후반 국회의장 하마평이 무성하다. 들리는 바로는 지난 대선때 위력을 발휘한 DJP연합의 유공 원로의원이 내정된 상태라고 한다. 그는 이미 두 차례나 의장직을 지낸바 있다. 또 본인은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나 공직자 분수를 크게 벗어난 재산보유가 말썽이 돼 한때 정계를 떠난 적도 있다. 그런 그가 DJP연합공로와 TK정서를 이유로 다시 의장직에 복귀한다면 국회의 위상이 어떻게 될까.
■국회의장직이 개인적 보상차원에서 거론될만큼 하찮은 자리는 분명 아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그는 TK민심은 커녕 소속정당으로부터도 컨센서스를 얻지 못한 것 같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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